박원순 "너네 집에 갈까?" 한밤에 비밀 문자

김영준 기자 2021. 3. 19. 03: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장 재직 때 비서 성추행.. 인권위 직권조사 결과 全文 보니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당시 피해자에게 가했던 성추행 정황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직권조사 결정문’ 전문(全文)에 상세히 담긴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는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독립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사진과 메시지·이모티콘 등을 실제로 봤다는 참고인의 진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대화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사실(事實)이라고 인정한 내용이다. 인권위는 지난 1월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성 관련 사건의 결정문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제외했고, 최근 피해자 측에 전문을 보냈다.

인권위 결정문 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내용

18일 본지가 입수한 59쪽짜리 인권위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6년 하반기부터 작년 2월까지 지속적으로 밤늦은 시각 성희롱에 해당하는 메시지를 피해자 A씨에게 보냈다. 박 전 시장은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주로 이용했다. 이 메신저는 한 명이 대화 기록을 삭제하면, 상대방 휴대폰에서도 내용을 없앨 수 있는 보안성이 특징이다.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희롱성 사진과 메시지 등을 받을 때마다 남자 친구와 서울시 동료 등에게 “우려스럽다”는 말과 함께 이를 보여줬고, 이런 내용이 참고인 진술로 확인됐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9년 여름~가을쯤 밤 9시가 넘은 시각에 피해자에게 ‘너네 집에 갈까’ ‘혼자 있냐’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피해자 친구 B씨는 이런 내용을 직접 봤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같은 해 5월 등에도 텔레그램으로 “○○이 신랑 빨리 만들어야지” “지금 방에 있어?” “늘 내 옆에서 알았지?” “꿈에서는 마음대로 ㅋㅋㅋ” “그러나 저러나 빨리 시집가야지, 내가 아빠 같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월에는 피해자 A씨가 서울시청 7층 복도에서 참고인 C씨에게 “제3자가 봤을 때 조금 우려되는 게 있다”며 자신의 폰을 보여줬다. 거기엔 박 전 시장이 밤에 보낸 “뭐해?” “향기 좋아, 킁킁” 같은 텔레그램 메시지와 러닝셔츠만 입은 박 전 시장 셀카 사진이 담겨 있었다고 인권위는 밝혔다.

2018년 2월에는 밤 11시 59분 박 전 시장이 “우리 ○○이 안 데려가는 남자가 있다니 이해가 안 가, 세계 최고의 신붓감인데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한 참고인은 2018년 11월 피해자로부터 ‘박 시장이 보냈다’는 말을 들으면서,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또 2020년 1~5월 사이 피해자가 “시장님이 서재에서 스킨십을 시도했고 손을 잡아달라고 해서 뒤에서 내밀었다” “시장님이 저를 여자로 보는 것 같다” “오침 시간에 깨우러 들어갔을 때 안아달라고 해서 거부했는데도 안아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인권위가 확보한 피해자의 2020년 5월 정신의학과 상담 기록에는 박 전 시장이 ‘냄새가 맡고 싶다’ ‘오늘 몸매가 멋있다’ ‘sex를 알려주겠다’ ‘너가 남자를 몰라서 결혼을 못 한 거다’ ‘집에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나 별거 중이야’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악몽을 꿨다는 피해자 진술이 담겨 있었다. 또 박 전 시장이 러닝셔츠만 입은 자신의 사진을 보내면서 “너도 보내줘” “이건 옛날 거잖아, 지금 찍은 거 보내줘”라고 요구했으며, 남성과 여성 간 성관계 과정을 줄줄이 얘기한 뒤 비밀 대화를 다 지우고 텔레그램 대화방을 나갔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인권위는 정신과 상담 기록에 대해선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한 이후 작성됐고, 박 전 시장의 진술을 청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성관계 방법을 설명하는 메시지 역시 이를 보거나 들은 참고인이 없고, 내용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작년 7월 8일, 박 전 시장은 밤 11시쯤 공관에서 보좌진과 회의를 갖고 ‘피해자와 휴대폰으로 주고받은 게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다음 날 오전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공관을 나섰고, 7월 10일 새벽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