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사는 게 뭔지"..연이은 '이별'

박지혜 2021. 3. 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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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의원이 일제히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직책을 내려놨다. 세 의원의 줄사퇴 직후 박 후보는 “아프고 착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박 후보는 18일 밤 페이스북에 군복 입은 아들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며 “서울역의 이별. 첫 휴가 나왔던 아들이 오늘 군으로 복귀. 밥 한 끼 못해주고…사는 게 뭔지”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아들의 “엄마! 꼭 승리해! 엄만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오늘은 여러 가지로 아프고 착잡하다”고 했다.

박 후보는 또 다른 글에서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며 “여러분의 응어리진 마음, ‘서울시 대전환’으로 보답하겠다”, “여러분의 뜨거운 분노, ‘강하고 유능한 리더십’의 박영선이 풀어드리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불의와 맞서 싸웠던 박영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결단력과 추진력을 발휘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박 후보가 이러한 글을 올리기 직전 고 의원과 진 의원, 남 의원이 박 후보 캠프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박영선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 의원도 “늘 부족한 사람이라서 의지하던 존재의 소멸 앞에 피해자의 고통을 포함하여 그 모든 상황을 막아낼 순 없었을까 자책감으로, 무력감으로, 통곡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이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면서 캠프 공동 선대본부장직 사퇴의 뜻을 전했다.

남 의원 또한 안규백 상임선대위원장에게 공동선대본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의원은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고 의원의 사퇴 소식에 “고민정, 말없이 글을 남기고 떠난다 한다”며 “하늘을 본다. 잿빛이다. 통증이 훅 가슴 한쪽을 뚫고 지나간다. 이렇게 해서라도 치유가 된다면 하루빨리 해야 하지 않겠냐고 고민정 대변인이 저한테 되묻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의 고민정, 진선미, 남인순 의원 (사진=연합뉴스)
앞서 고 의원 등은 지난 1월 민주당 여성 의원 28명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 2차 가해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피해자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그 조건으로 자신을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한 의원들의 징계를 언급했다.

박 후보 캠프에 공동선대본부장으로 합류한 남인순·진선미 의원과 캠프 대변인을 맡은 고민정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피해자는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그 의원들에 대해서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특히 “제가 지난 1월에도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 저는 그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하며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나”라며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사과했다.

박 후보는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

다만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해달라”며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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