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공룡’ 키우는 청장님
2005년 인기가수 K씨가 음주운전으로 3중 추돌 사고를 내고 뺑소니까지 쳤다. 11시간 뒤 경찰에 출석한 그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해명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K씨는 위스키와 소주 각 1병, 맥주 5병을 마신 게 드러났다. K씨 이름은 잊혀졌지만 그의 ‘황당 해명’은 패러디까지 되며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해명이 화를 부르는 경우는 많다. 16개월 정인이를 살해한 양모는 “배를 한 번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여자 선수를 자살로 내몬 감독은 “손이 아닌 신발로 때렸으니 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성추행으로 고발된 연극연출가는 “바지 안으로 손을 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호흡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치권에도 황당 해명은 많다. 성추행 혐의로 고발된 전 국회의장은 “내가 딸만 있어 딸만 보면 예쁘다고 하는 게 버릇”이라고 했다. 성추행으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이용해 돈을 챙긴 여당 의원은 딸 유학비 등을 어떻게 충당했냐는 질문에 “급여를 받으면 저축하는 오랜 습관이 있다”고 했다. 가족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을 썼다는 장관은 청문회에서 “식비는 명절 선물로 해결했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받는 의원은 “전화로 물어봤지만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 직원들이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이란 황당 해명으로 논란을 키웠다. 땅을 샀는데 “몰랐다” “배우자가 한 것”이란 해명은 이제 익숙할 정도다. “땅을 샀지만 이득을 보지 않았다”는 해명도 새로 나오고 있다. 뻔뻔한 해명이 국민 감정을 더 뒤집어 놓고 있다.
▶세종시 신도시 건설청장을 지낸 A씨가 재임 기간 아내 명의로 세종시 연기면 토지 2455㎡를 매입했다. 두 달 뒤 인근 지역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고, 땅값은 두 배 올랐다. 그런데 그는 “세종으로 이사를 오게 되니까 개를 둘 데가 없었다. 그래서 땅을 샀다”고 해명했다. 개 키우려 700평 넘는 땅을 샀다는 것이다. ‘개가 아니라 공룡을 키우나’는 댓글이 달렸다. 황당 해명의 역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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