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뒤늦은 사과.. '성추행' 언급도, '호소인' 징계도 없었다(종합)

이정현 2021. 3. 17.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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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11시간여 만에 SNS 사과문
'피해호소인' 남인순 등 징계 대신 "나에게 말해 달라"
침묵한 이낙연·김태년, 당차원 사과문도 지각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사과했다. 피해자가 공식석상에 나타나 박 후보와 민주당에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한지 약 11시간 만이다. 하지만 ‘성추행’ 언급 없이 ‘피해자’라고 표현한데다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했던 남인순·진선미·고민정 의원에 대한 징계요청도 사실상 거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9시쯤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고 “박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하며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나”라며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며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한 남 의원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데에 대한 답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추행’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대신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해달라”며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 후보는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범여권 단일화 발표에서 승리를 확인한 후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만 밝힌 후 퇴장했다. 같은 날 성추행 피해자가 민주당의 사과 태도를 비판하고 책임을 따져 물은데에 대한 답을 현장의 취재진이 물었으나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은 박 후보가 범여권 단일후보로 결정되는 날 성추행 피해자가 직접 나선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4·7 재보궐선거를 불과 3주가량 남겨두고 박 전 시장의 성추문이 다시 조명되면서다. 부산을 찾은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성추행 피해자가 당 차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호소인’이라 지칭한 남인순 의원 등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 데에 “아는 것이 없다”며 질문을 피했다.

지도부 중에서는 양향자 최고위원만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표현했던데 사과하며 2차 가해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약속했다. 양 최고위원은 SNS에 “(박원순 성추행)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정치인이기 전에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성추행)피해는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정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며 이에 도전하는 행위는 당이 먼저 나서서 엄단하겠다”고 했다.

당 차원의 사과문은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나왔다. 신영대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성폭력 피해자’라 지칭하며 “피해자께서 겪었을 고통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며 위력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피해자 분의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무겁고 숙연해진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와 구성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과 함께 성 비위 행위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으로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했다.

야권은 성추행 피해자의 등장으로 박 전 시장의 성비위가 수면 위로 오르자 원죄론을 다시 부각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박 후보 캠프에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으로 불렀던 인사들이 여전히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남인순·진선미·고민정·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박영선 선거캠프에 요직을 담당하고 있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피해자에 극심한 고통을 준 캠프 구성원의 자진사퇴”라고 주장했다.

아래는 박 후보가 페이스북에 남긴 사과문 전문이다.

오늘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참 힘든 하루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생각이 많으셨겠습니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회견에 제 이름이 언급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후보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또 사과 드리고 용서도 받고 싶습니다.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주십시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지난 이야기도, 앞으로의 이야기도 모두 제게 주십시오.

부족함이 많지만 더욱 겸허한 마음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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