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링컨 "北정권, 자국민 광범위 학대"..北 거세게 반발할 듯

최소망 기자 2021. 3. 1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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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발편잠' 언급한지 하루만에 블링컨 발언 '주목'
北, 인권 문제 '체제전복' 의도로 다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원회의 연설 도중 간부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조선중앙TV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7일 바이든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해 북한이 추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기존에 인권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체제 전복' 의도가 있다고 단정 짓고 강하게 대응해 온 바 있어 이번 블링컨의 직접적인 발언에도 반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방한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의 모두발언에서 "권위주의적인 북한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는 근본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고 그것을 억압하는 것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동맹국 간의 공통 도전 과제라고 밝혀며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의 발언에서 주목할 부분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대북 정책을 리뷰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북한에 대한 언급은 지속적으로 유보해왔다. 의도적 침묵을 유지해 온 블링컨 장관이 이번 한반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짚은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지금까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상당기간 북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해오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은 예상보다 강한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첫 행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면에 제기한 것은 추후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정책을 어떻게 구상해 나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면서 "북한이 반발을 즉각적으로 할지, 추후 반응을 유보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인권에 대해 문제 삼는 일은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 또는 '체제를 전복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외무성 발표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외무성은 미국이 3년 만에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것을 겨냥해 '국권침탈을 노리는 인권모략책동'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서방은 국권 위에 인권이 있다는 논리 밑에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느니, 인권에 대한 간섭은 내정간섭이 아니라느니 뭐니 하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이번 블링컨 발언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북한 당국자들이 미국에게 '하는 만큼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보여 왔다.

전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를 내고 미국을 향해 "앞으로 4년 간 '발편잠'(마음을 놓고 편안히 쉬는 잠)을 자고 싶은 게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앞서 지난 1월 노동당 제 8차 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미국에 제시했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다. 대외선전매체를 통해서 미국의 인권을 문제 삼으며 맞대응할 수도 있으며,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 형식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또 미국 국무부와 격을 맞춰 외무성급에서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북한 인권 문제가 북미 관계의 전면으로 드러나 북미 간 마찰이 심해지고 비핵화 협상이 교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우리 정부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국제적인 리더십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내세운 것이지만, 이를 북한 문제와 연관 지어 발언을 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인권 문제가 전면으로 드러날 경우 추후 우리 정부의 개입할 여지가 적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외교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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