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무력화했던 '법외노조 통보' 사라진다

정대연 기자 2021. 3. 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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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시행령 개정하기로..지난해 대법원 판결 따른 조치
설립신고서 반려 사유 발생 때 시정 요구 가능한 조항은 존치
'기업별 노조 조합원 산정할 때 해고자는 제외' 내용도 추가

[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무력화하는 도구로 활용된 ‘노조 아님(법외노조)’ 통보 제도가 사라진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을 위해 노동조합 조합원 수를 계산할 때 해고자·실업자 등 사업장에서 일하지 않는 조합원은 제외된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2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개정안은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은 노조가 이후 노조법상 결격 사유가 발생해 노동부의 시정 요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문구를 삭제했다.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 노조는 단체교섭, 쟁의행위를 비롯한 노조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전교조가 해고자가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각각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근거가 된 이 시행령 조항을 무효로 판단했다. 행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시행령을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한 터다.

정부는 설립신고서 반려 사유가 발생한 노조에 정부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 조항은 존치시켰다. 다만 시정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는 따로 두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정 요구 규정은 노조에 자율적 개선 기회를 부여하고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존치하기로 했다”며 “현행 노조 설립 신고제도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할 사안이므로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통해 노조 설립신고를 취소하는 방식으로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법외노조 통보 제도 폐지는 당연할 뿐더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맞게 노조 설립신고서도 노동부가 반려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노조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도 담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기업별 노조에서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데, 정부는 해당 기업 노동자가 아닌 조합원은 노조 활동 시 효율적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에서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설정하거나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때 기준이 되는 조합원을 ‘전체 조합원’이 아닌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으로 규정했다.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ILO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및 활동에 차별을 두지 말라고 누차 권고했는데도 차별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 제한 등 개정 노조법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개정 노조법과 시행령은 오는 7월 시행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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