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회견에 與 '무거운 침묵'..박영선 "생각할 시간 필요"(종합)

정연주 기자,한재준 기자,최동현 기자,이준성 기자 2021. 3. 1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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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회견내용 모른다"..朴 "페이스북서 입장 밝힐 것"
野 "'피해호소인' 발언 남인순, 박 캠프 본부장..자진사퇴해야"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자의 메시지를 낭독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한재준 기자,최동현 기자,이준성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극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야당은 민주당이 정치적 방어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범여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직후 피해자 기자회견과 관련한 질문에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취재진이 '벌써 기자회견 후 7시간이 지났다'며 재차 질문하자 "생각 후 밤에 페이스북에 올리겠다"고 답한 후 국회를 떠났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에는 "이런 죄송한 일이 서울시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첫 여성시장으로서 두 배로 더 겸손하고 겸허하게 서울시민을 모시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피해자가 남인순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는 질문에 "지금 그것과 관련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피해자가 이 위원장의 사과가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고 묻자 "내가 (기자회견 내용을) 잘 모른다. 좀 보고 이야기를 드리겠다"고 짧게 말했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 후 "(피해자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언급할 내용은 없고 박영선 캠프에서 대응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A씨는 이날 오전 이 위원장과 박영선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들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제 피해사실을 축소, 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고, 투표율 23%의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남 의원은 반드시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주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개별적인 반응은 있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고 저의 잘못"이라며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저의 작은 사과가 피해자께서 안고 있을 절망 중 먼지 하나 만큼의 무게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피해자를 그토록 외롭고 괴롭게 만든 것이 우리 민주당의 부족한 대처였음을 안다"고 사과했다.

여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단일화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3.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여성의원들을 중심으로 박영선 후보 캠프의 남인순 의원(선대본부장)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박 전 시장이 사망한 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가해가 이뤄졌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며 "과연 이 나라가 정상적인 법치국가인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권력이 있으면 성폭력을 해도 괜찮고, 당한 사람은 계속 2차 가해를 받는 것이 현 실정이 아닌가"라며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방지책을 주문했다.

국민의힘 여성의원 일동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의 호소를 왜곡하고 2차 가해를 양산한 민주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박 후보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한 남인순 의원을 캠프 선대본부장에 앉힌 것은 사과와 미안함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회복을 방해하고 고통을 가중한 것은 피소 예정사실 유출, 피해호소인 명칭, 사건 왜곡, 당헌 개정, 2차 가해 묵인 등이었다"며 "결국 민주당이 피해자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자기방어에만 몰두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페이스북 글에서 "박 후보 캠프에는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고 불렀던 인사들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며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 캠프 구성원들의 '자진 사퇴'"라고 촉구했다.

범진보 계열인 정의당 역시 피해자의 요구에 민주당이 책임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그 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는 피해자의 말 앞에 정치권은 처절히 반성해야 한다. 쏟아지는 2차 가해는 외면하고 선거 승리만을 외치는 후보들과 정당들은 고개 숙여야 한다"며 "이번 재보궐 선거가 왜 시작됐는지 모두 다 잊어버린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영선 후보 역시 마찬가지"라며 "여성정책을 발표하던 날, 피해자에게 사과는 했으나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고 진정성도, 후속조치도 없는 텅 빈 사과였다"고 말했다.

jy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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