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안보 '투톱' 방한..중국·북한에 칼 빼들었다
미국 외교·안보 ‘투톱’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17일 한국을 동시 방문했다. 미 국무·국방장관의 동시 방한은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장관이 모두 대중국 견제 등을 호소하는 작심 발언'에 나서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했던 문재인 정부가 선택의 순간에 직면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외교부·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국방장관 외교장관 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렸다. 우선 오스틴 장관이 용산 국방부청사에서 의장대 사열을 받은 뒤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블링컨 국무장관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종로 외교청사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장관 회담에 앞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직설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거론했다. 오스틴 장관은 한미 국방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례없는 위협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때보다 더 중요하다"며 "대한민국 국방에 대한 미 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며 한미동맹은 동북아와 인도 태평양지역, 그리고 전 세계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서 장관은 회담 과정에서 "큰 틀에서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방 차원의 한미일 안보협력을 잘 추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달리 임기 내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관측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도 집중 거론했지만 양측은 '조건에 따른 전작권 환수'라는 기존 합의 내용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이 이번에 한국에 처음 왔다"며 "전작권 문제에 합의를 이룰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장관들의 방한을 두고 "미국 신 행정부의 동맹 중시 기조를 잘 보여준다"며 "특히 블링컨 장관 방한 전 오랜 현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타결된 것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또 "가까운 시일 내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돼 한미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의 총격사건 피해자 위로 발언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했다.
미국은 이례적으로 정권 출범 초기에 첫 해외 방문지를 일본(15일~17일)과 한국으로 정했다. 미중 패권경쟁이 고조된 여건에서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기조가 중국의 패권화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압박에 나선 미국과 조율될 수 있느냐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전날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도쿄 외무성 공관에서 2+2 회담을 갖고 "기존 국제질서에 일치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이 동맹과 국제사회에 정치적·경제적·군사적·기술적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협력한다는 문구도 성명에 들어갔다.
이같은 미국의 기조를 감안하면 미국 장관들은 대 중국 견제와 관련한 일정한 수준의 참여를 한국에 요구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참여하는 안보연합체 쿼드에 동참을 호소할지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한국이 중국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뒤 한국과 중국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에 주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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