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입, 중계석 접수한 'LG 동문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2021. 3. 1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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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상훈 김재현 박용택 봉중근 이종열 심재학 이동현 심수창 해설위원, 방송사 및 본인 제공


많은 야구팬들은 “대쓰요”라는 외침부터 떠올릴지 모른다. 해설 경력이 KBO리그 40년 역사와 함께 가고 있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의 어투는 국내 야구팬들 귓가에 아주 익숙하다.

경남중-경남고 출신인 허 위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종목 금맥이 터지는 과정에서 찬스와 위기가 마무리될 때마다 ‘대쓰요(됐어요)’ 같은 경상도 사투리로 추임새를 넣었다. 그게 또 코믹한 유행어가 돼 화제가 됐다. 어느덧 야구 해설의 ‘거장 ’으로 불리는 허 위원은 특유의 어투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최근 KBO리그 중계석에는 ‘서울 물’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원조 서울 구단인 LG 트윈스 출신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2021시즌 프로야구 중계사들의 해설위원 라인업을 보면, 각 구장의 중계석을 ‘트윈스 동문회’에서 접수한 느낌이다.

■대쓰요 대신 됐어요

리그 통산 최다안타(2504개)를 남기고 은퇴한 박용택이 새롭게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가세한 가운데 봉중근(KBS N), 이상훈·심재학·심수창(이상 MBC스포츠 플러스) 이종열·이동현(이상 SBS 스포츠), 김재현(SPOTV) 등 LG 출신 해설위원만 총 8명에 이른다. 이들 중 몇몇은 트레이드로 다른 구단에서도 뛰었지만, 데뷔 구단은 예외 없이 LG였다.

여기에 최근 마이크를 내려놓고 구단으로 돌아간 차명석 LG 단장과 서용빈 KT 2군 감독 등 다른 인사까지 포함하면 LG 출신 해설위원들은 거의 ‘계보’를 이룬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모두가 ‘서울 지역 고교’ 출신이라는 점이다.<표 참조> 표준어에 익숙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은 방송 적응에 아무래도 유리하게 작용할 만 했다.


90년대 인기 절정을 달렸던 LG가 미디어에 자주 부각되는 대표 구단이라는 점도 출신 선수들에 대한 방송사의 수요가 많아진 이유로 보인다.

봉중근 위원은 “방송을 할 만한 은퇴 선수들이 최근에 많았던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서울 구단이다 보니 미디어 접촉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며 “야구팬 사이의 지명도를 포함해 방송에서 필요한 요건을 조금 더 미리 갖추는 데 유리한 조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용택 위원도 “아무래도 접근성 때문에라도 지방구단 선수들보다는 미디어 인터뷰가 많다 보니 방송에 대한 거리감이 없는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 동문회’는 지금

그러나 서울팀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것도 있다. 잠실구장을 긴 세월 함께 쓴 두산 출신 해설위원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과 MBC스포츠플러스에서 미국야구를 해설하는 김선우 위원 정도가 두산 출신으로 현재 중계석에 앉고 있다.

LG 출신 ‘해설 라인’의 좌장격인 차명석 단장은 두 구단의 ‘문화 차이’를 거론한다. “방송 해설 쪽으로 진출하는 선배들이 많다 보니 후배들도 알게 모르게 ‘나도 진로를 그렇게 잡아도 되겠다’는 생각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 출신은 다방면으로 진출이 활발한데, 그 중에서 지도자 코스를 밟아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이면 두산 출신 코치들이 몸값을 높여 다른 구단으로 떠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때로 두산은 ‘감독 사관학교’로도 불린다. 이를 두산의 문화로 본 차 단장은, LG 역시 몇년 안에는 우승 역사를 다시 써서 그런 전통도 만들고픈 뜻을 눈빛으로 전하기도 했다.

한 시즌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줄잡아 20명선이다. 올해는 대략 ‘LG 출신 반, 비LG 출신 반’이다. 또 다른 ‘입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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