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제는 닫힌 학교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 최성은

한겨레 2021. 3. 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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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멕시코에서 한 선생님이 트럭 짐칸에 탁자를 놓고 학생과 수업을 하고 있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됐으나 인터넷도 안 되고 컴퓨터도 없는 학생이 너무 많아 시작했다고 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왔다.

학교는 학습은 물론이고 안전한 돌봄과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사회화'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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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은ㅣ성남 행동하는학부모네트워크 대표

얼마 전 멕시코에서 한 선생님이 트럭 짐칸에 탁자를 놓고 학생과 수업을 하고 있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됐으나 인터넷도 안 되고 컴퓨터도 없는 학생이 너무 많아 시작했다고 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왔다. 다른 나라의 사례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기지를 발휘해 어떻게든 학생들을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은 충분히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3월 등교가 시작되고 언론에서는 93%의 학교에서 등교수업이 이루어졌다고 보도했지만 여전히 매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현재는 전체 학생 수 400명 이하 학교 중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25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만이 학교 자율로 전 학년 매일 등교가 가능하다. 소규모 학교가 아닌 곳은 초등 1, 2학년과 고3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주 1회 혹은 격주로 쪼개기 등교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교육’과 ‘방역’의 가치 중 ‘방역’을 선택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학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학교는 학습은 물론이고 안전한 돌봄과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제대로 된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사회화’를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계속되는 등교제한은 심각한 기초학력 저하와 저소득층 가정 자녀들의 교육 불평등 심화, 가정의 양육부담 가중을 불러올 것이다. 초등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습 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학력 저하와 격차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공적 돌봄에서도 소외되고 있으며, 원격학습으로 인한 디지털미디어 과몰입과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등교수업 확대’는 지금의 학습 격차, 돌봄 및 건강 위기, 사회성 손실에 대한 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조치이다. 그간의 국내외 사례에서 나타나듯 학교는 코로나 감염의 주요 경로가 아니며, 아이들은 감염될 확률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등교제한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느린 것이 교육부 팩스”라는 학부모들 사이의 자조 섞인 농담이 있다.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코로나 등교지침을 듣고 담임교사에게 문의를 해도 공문과 지침을 받지 못해 아직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타들어가는 학부모들의 심정이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우리 아이한테 1학년이 있나요? 배운 게 없잖아요.”(초등 1학년 맘), “원격수업 마치고 유튜브를 한참 봐요. 학습도 학습인데, 생활습관 무너지고 영영 복구가 안 될까 봐 불안해요.”(초등 고학년 맘), “부모님께 부탁드리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결국엔 제가 일을 그만뒀어요.”(직장맘) “아이들과 재택근무하는 애 아빠까지 챙기니 진짜 우울증 올 것 같아요.”(전업맘) 나 역시 교육방송(EBS) 수업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초2 아들에게 소리도 질러보고 직접 끼고 가르쳐도 봤지만, 아이의 생활태도를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한탄 섞인 학부모들의 하소연에 교육당국은 과연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교육당국은 관성적 대응에서 벗어나 늦어도 올해 2학기부터는 전 학년 전면 등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하고 획기적인 방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학교 방역인력을 추가 지원하고 교사들에 대한 백신 접종도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등교제한으로 아이들과 각 가정에 감염병 재난의 빚을 떠넘겨선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스스로를 ‘코로나 세대’라 부르며 자기 세대의 불행을 이야기하도록 방관할 것인가? 이제는 닫힌 학교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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