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 '꿀알바'했던 여대생, 비닐장갑 필요했던 이유는

박수현 기자 2021. 3. 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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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학생 A(25·여)씨는 페이스북에서 '고액 일자리' 채용 공고를 봤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을 사칭하며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사용됐으니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거짓말을 하면 A씨는 지시에 따라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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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1심 법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 400~500만원 보장, 배달 아르바이트 구해요"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 학생 A(25·여)씨는 페이스북에서 '고액 일자리' 채용 공고를 봤다. 현금을 건네받아 전달하면 건당 30만원을 받는 '꿀알바'였다. 회사 이름도 듣지 못했지만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만 보내고 곧바로 채용됐다.

A씨는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정팀장'의 지시를 받았다. 수도권 곳곳에서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생면부지의 고객들로부터 현금을 받았다. 받은 돈은 매번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

이 회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전체적인 범죄를 계획하고 지시하는 '총책', 피해자를 기망하는 '유인책', 대포통장 등을 모집하고 전달하는 '모집 및 전달책' 등이 모여 이뤄지는 범죄에서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수거책'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을 사칭하며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사용됐으니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맡기라"고 거짓말을 하면 A씨는 지시에 따라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A씨는 현금을 수거하면서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5일쯤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금융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직인이 날인된 허위 내용의 문서 파일을 이메일로 정팀장으로부터 제공받고 이를 컬러프린터로 여러 장 출력했다.

A씨는 같은 날 서울 중구에서 위조한 공문서를 피해자에게 건네며 현금 1500만원을 받았다. 이튿날인 6일에도 위조된 문서를 건네고 두 명의 피해자들에게 각각 1000만원씩 총 3500만원을 편취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직원을 사칭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31일엔 경기 수원시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금융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위조된 공문서를 피해자에게 전달하고 현금 3600만원을 받았다.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이름도 '김O아', '조O아'라며 가명을 여러개 바꿔가며 썼다.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A씨는 총 4회에 걸쳐 금융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위조된 공문서를 행사하고, 피해자들로부터 합계 1억 3900만원을 편취해 재판에 넘겨졌다. 사기,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혐의였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해외에서 거주해 피해자들에게 교부한 문서가 공문서인 것과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범죄 행위를 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단독 신세아 판사는 지난 12일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일명 ‘정팀장’을 비롯한 범죄 조직원들이 피해자들을 기망해 돈을 받는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상태에서 현금 수거책과 전달책인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유치원에 다닐 무렵 일본으로 이주했다가 2015년 우리나라에 입국해 대학에 재학중"이라며 "국내에서 일본어 과외 또는 일본어 통역 등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5년 이상 생활해 문화 및 생활양식에 익숙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는 A씨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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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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