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의자 이성윤과 공수처장의 이상한 만남

조선일보 2021. 3. 17. 03: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1.03.16 국회사진기자단

김진욱 공수처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기에 앞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했다고 16일 국회 법사위에서 밝혔다. 이 지검장은 2019년 검사가 가짜 공문서로 김 전 차관을 불법 출금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려 하자 압력을 가해 수사를 막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에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요구해 관철했다. 정권이 새로 만든 공수처에서 면죄부를 받으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수사 기관장이 사건 처리와 관련한 중요 결정을 앞두고 피의자와 만나는 것은 공정성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김 처장의 이 지검장 면담은 이 지검장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대통령의 수족으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공작, 옵티머스 펀드 사기, 채널A 사건 등 정권 불법에 대한 수사를 틀어막고 있는 사람이다. 그 역할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명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피의 사실을 놓고 자신을 수사할 공수처장을 만날 수 있는 것인가.

김 처장과 이 지검장의 면담 내용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 처장은 면담에서 불법 출금 사건에 대한 기초 조사를 했고 그 내용을 수사 보고에 담아 검찰에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기록에는 조사 내용을 기록한 조서나 면담 내용을 기록한 서류는 없었다”고 한다. 면담자, 피면담자, 면담 시간만 기록된 수사 보고만 공수처가 보내줬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검찰 소환을 수차례 무시한 데 이어 김 처장과 면담에서 이미 조사받았다는 핑계로 향후 검찰 수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과 면담한 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검찰에 다시 이첩하며 이례적인 조건을 달았다. 검찰 수사팀이 피의자들 혐의를 확인해도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했다. 공수처는 출범 때부터 ‘정권 호위용'이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곧 드러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