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03] 우리의 진짜 영웅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저는 자기의 숲을 모두 여러분에게 주었습니다. 테베레강 이쪽의 개인 정원과 새로 심은 과수원까지 전부 말입니다. 시저는 여러분과 여러분의 후손에게 영원히 물려주었습니다. 이제 누구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가서 쉬고 산책할 수 있는 시민의 안식처가 생긴 것입니다. 시저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언제 또 그런 분이 오겠습니까? - 셰익스피어 ‘줄리어스 시저’ 중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영화, 드라마엔 비판적 왜곡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산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덕분에 5000년의 가난을 벗고 보릿고개의 설움을 씻었다고. 우리도 잘살아 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신바람 나게 일했다고. 그런데 어쩌다 박정희란 이름 석 자는 독재와 적폐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대사가 나오는 희곡이 1599년에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다. 작가는 황제가 되려던 시저를 살해한 브루투스 편에서 사건을 바라본다. 하지만 시저가 로마와 시민을 얼마나 사랑했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유산으로 남겼는지 이야기하며 브루투스의 반역에 분노하도록 대중을 설득하는 안토니우스의 명연설도 들려준다.
시저와 같은 역사적 인물은 수많은 문학 작품과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또는 공연 예술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천 편의 작품은 저마다 해석이 다르고 그걸 본 만 명의 사람은 만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시저는 사랑도 받고 미움도 받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하나만 보여주고 하나의 결론만 강요한다. 그것과 다른 평가는 용납하지 않는다.
뮤지컬 ‘박정희’가 공연 중이다. 독재자, 친일, 적폐 등 온갖 불의한 수식어를 붙여 진실을 감추고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까지 무식하고 몰상식한 죄인으로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에서 박수 쳐 줄 일이다. 수천 년 전의 아득한 과거 위인이나 조선 사람들 대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일으킨 진짜 영웅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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