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EBS 연계 70%→50%.. 사교육 의존 더 커지나

박세미 기자 2021. 3.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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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수능 이렇게 바뀌는데

오는 11월 18일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선 EBS 교재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비율(EBS 연계율)이 현행 70%에서 50%로 낮아진다.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EBS·수능 70% 연계 정책’을 발표한 지 11년 만에 이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또 국어와 수학 영역에 처음으로 ‘선택 과목’이 도입된다. 수능시험을 출제·관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입시계에선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역대급 수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BS 연계율 70%에서 50%로

올해 수능에서 가장 큰 변화는 ‘EBS·수능 연계율’이 70%에서 50%로 낮아진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수능은 모든 과목에서 전체 문항의 70% 이상을 EBS 교재에서 출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이 비율을 50% 수준으로 낮춰 EBS 교재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EBS 연계 방식도 바뀐다. 지금까진 영어를 뺀 나머지 과목은 EBS 교재에 실린 지문을 그대로 싣는 방식으로 문제를 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 과목에서 EBS 교재를 변형한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한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EBS 교재 지문을 암기하는 등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문제들이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어’와 ‘수학’ 영역엔 선택 과목이 각각 2개, 3개 도입되고, 탐구 영역도 사탐·과탐 모두 합쳐 총 17개 중 2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국어·수학 선택과목 조합이 6개, 탐구 과목 조합만 136개로 총 816개에 이르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어떤 과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BS 연계 줄어 ‘사교육 쏠림' 되나

교육계에선 “EBS 영향력이 축소돼 사교육 쏠림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자사고 폐지 등 온갖 정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대학 입시에서 거꾸로 사교육을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BS 연계 정책은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도입됐고,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연계율이 70% 선으로 대폭 올라갔다. 고교생들을 ‘EBS 문제 풀이 기계’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농어촌 출신이나 저소득층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긍정적 평가도 많았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EBS 연계율이 낮아진다는 건 수험생들 입장에서 사실상 EBS 교재를 덜 보면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수험서나 교재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충남의 한 고3 담임 교사는 “지금까지 학교가 비교적 저렴한 EBS 교재를 가지고 수능 준비를 했는데, 앞으로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도대체 작동하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엇박자 보이는 교육 정책

첫 선택형 수능 도입에 따른 대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 2018년 교육부가 ‘2022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정시 비율은 2022학년도 30%로 확대됐다. 2023학년도엔 40%로 더 늘어난다. 주석훈 서울 미림여고 교장은 “수능의 중요성은 전보다 더 커졌는데 시험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며 “수험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예측 불가능한 입시를 치르게 됐는데도 교육 당국은 시뮬레이션을 한 것도 없고 아무런 데이터도 갖고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시한부 수능’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025년 고교 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고, 이때 고1 학생이 수능을 치르는 2028학년도 입시에선 ‘논서술형 수능’ 등을 포함한 ‘미래형 수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이 지금처럼 영향력이 큰 상황에선 학생들이 수능 관련 과목만 들으려 해서 고교 학점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길어봤자 6년짜리 시한부 선택형 수능을 치르고, 또다시 대입 개편을 한다는 것”이라며 “앞뒤 안 맞는 정책에 현장 교사들은 폭발 직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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