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까닭

조현호 기자 2021. 3. 1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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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재벌편향 조중동에 왜 "경실련이나 내 말보다 조선일보 말 더 잘듣지 않나…정부권력 조중동보다 100배는 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신도시 투기 파문의 근본 요인 가운데 하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는데 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김 본부장이 최근 들어 조선일보 또는 그 계열사(조선비즈, 땅집고) 등과 몇차례 인터뷰를 했다. 월간중앙, 신동아 등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관계매체와도 인터뷰했다. 김 본부장과 시민단체에서는 조중동과 경제지를 대표적인 친 건설업체의 이해관계에 맞춰 보도해왔다고 평가하면서 비판해왔다.

그런데 그는 왜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와 인터뷰에 나선 걸까. 김헌동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경실련이나 자신의 목소리 보다 조선일보의 말을 더 귀기울여서라며 역설적 답변을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자 '진중언이 만난 사람' '“文정권 줄곧 투기 조장, 신도시 없어도 집값 잡을수 있다”'에서 김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김 본부장은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점수를 두고 “0점, 아니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다”며 “단군 이래 5000년 동안 이렇게 집값이 오르고,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심화한 때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우리 사회의 엄청난 부동산 거품을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뿐이 아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7월13일 조선일보 계열사 조선비즈와 인터뷰('[인터뷰] 경실련 김헌동 “종부세 집값이랑 상관없다… 다주택 관료들이 대통령 눈 가려”')했고 '땅집고'라는 부동산 관련 계열매체와 8월27일 인터뷰(“文대통령 발언 믿기 힘들 정도로 충격…눈·귀 가리는 세력 있다”)했다. 월간중앙도 지난 1월23일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직격 인터뷰'에서 “변창흠 장관도 집값 못 잡는다”, “경험 없는 대통령과 참모가 관료와 토건족에 휘둘려 실질 대책 못 내놔”라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지난해 7월23일에도 김 본부장과 인터뷰에서 “대통령 지지율 더 떨어져야 진짜 집값 잡는 대책 나올 것”이라고 썼다.

동아일보 자매지인 신동아도 김 본부장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0월18일자 '경실련 김헌동 “집값 상승률 11% 통계는 대통령 심기 경호용”' 기사를 냈다. 이밖에도 세계일보, 한국일보, 한경닷컴 등과도 잇달아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실련이 기자회견이나 발표자료를 낸 것과 무관하게 별도로 한 인터뷰들이다.

그런데 김헌동 본부장은 이른바 조중동이 집값을 떠받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비판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6월29일자 오마이뉴스와 '“부동산, 이명박은 속지 않았다”'에서 “재벌이 부동산 투기의 몸통인데도 양대 재벌(현대와 삼성)로부터 광고를 받아서 크는 조·중·동은 재벌 나팔수 노릇이나 하니 문제가 알려지질 않는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디어오늘과 인터뷰(2013년 12월4일자)에서도 조중동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면서 “조중동과 경제지 등 아파트, 토지, 골프장 분양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일수록 소비자보다는 공급자인 토건 재벌 회사 중심으로 정책 대안을 내고 소비자는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선일보만 보더라도 이 정부 초기부터 여러차례 공급확대 주장을 펼쳐왔다. “양질의 주택을 늘리는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2017년 8월3일자 사설)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지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적극적으로 신호를 주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2018년 9월5일자) “과천은 전셋값 하락, 부동산 해결책은 공급밖에 없다는 증거”(지난해 12월1일자) “22번째 부동산 대책, 집 공급 확대 없는 세금 폭탄”(지난해 7월11일자 사설) 등.

국토부가 2018년 9월27일 수도권 공공택지 추가개발 및 그린벨트 해제 방침을 발표하자 경실련은 “과거와 같은 신도시 개발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당시 공급확대로 신도시는 투기로 쑥대밭이 됐으며, 결과는 막대한 부동산 거품과 자산의 격차 생성”이라고 비판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지난 4일 경실련에서 연 SH 장기공공주택 보유현황 실태분석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실련 영상 갈무리

김 본부장은 지난 15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실련의 방향과 일치 여부와 무관하게 내 의견을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조선일보 독자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거의 10년 동안 경실련 정책이나 내 정책을 알려줘도 안듣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본부장은 “오히려 조선일보 말만 듣지 않느냐”며 “공급확대를 하려다 (신도시) 문제가 터진 것 아니냐. 신도시 건설해서 집값이 잡혔느냐. 오히려 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조중동의 분양광고 매출이 줄어들 정도로 집값이 오르지 않고, 되레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시엔 분양권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을 실시하면서 소비자를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조중동과 경제지 주장처럼 공급확대론에 동의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는 질의에 김 본부장은 “우리는 공급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싸게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3기 신도시를 개발하려면 평당 50~100만원에 산 땅에 400~500만원 짜리 건물을 지으면 원가가 500~600만원밖에 안되고 그럼 30평 아파트를 1억5000만원~2억원에 만들 수 있으니 2~3억원에 분양하고, 원가를 공개하면 된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과천지식정보타운을 7억원, 위례신도시를 6억5천만원에, 수서신도시 7억원에 분양했다”고 지적했다. 2~3억원짜리 아파트에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취하니 민간아파트는 더많은 이익을 취하기 위해 3억 짜리를 10~15억 분양하고, 그걸 로또라고 하면서 분양가를 더 높여주는 집값 폭등의 악순환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정책의 1차적 책임은 집권세력에 있을 뿐 자신에게는 정책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여러 매체를 활용해 떠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조중동보다 100배 이상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박근혜 정권이나 핑계를 대서는 안된다”며 “조중동의 주장이 문제가 있으면 정책에 쓰지 않으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공공과 민간아파트의 분양원가 인터넷 공개 △선분양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시행 △신도시와 공공택지, 국공유지는 민간과 개인에 매매 금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평당 500만원대로 건물만 분양 또는 임대 공급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철회 및 정책 추진 관료 문책 △임대사업자 대출 전액 회수 및 이후 대출 금지 △본인 미거주 주택 전세대출 회수 △투기와 집값상승 조장 개발확대책 전면재검토 등을 촉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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