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관심 모인 '이해충돌방지법'.."책임 절반은 국회 몫"

박순엽 2021. 3.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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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태 이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요구 늘어나
'공직자 이해충돌 상황' 사전 예방·사후 처벌 초점
시민단체 "LH사태 책임 절반, 법안 무시 국회 몫"
지난 8년간 소극적이던 국회, 이제 입법 논의 착수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정 발표를 앞두고 내부 정보를 이용해 해당 지역 토지를 미리 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회 각계에선 ‘이해충돌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공직자가 자신의 지위·업무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방지해 제2의 ‘LH 사태’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의 LH를 막아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충돌방지법, ‘이해충돌’ 사전 예방·사후 처벌 함께 담아

‘이해충돌방지법’에서 말하는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사적 이익과 공익을 추구해야 할 공직자의 의무·책임이 서로 부딪히는 상황을 일컫는다. 즉,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에 걸려 직무수행을 공정하게 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에선 공직자가 부정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보니 적절한 관리와 규제가 필요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등의 조항으로 이해충돌 방지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규제나 처벌 규정이 없어 해당 규정은 사실상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

반면, 이해충돌방지법은 이해충돌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처벌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입법예고한 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인·허가, 승인, 예산, 수사·재판, 채용·승진, 감사 등의 업무를 수행할 때 자신이 직무 관련자와 ‘사적 이해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즉시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관련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공직자가 이를 어기거나 사적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행위를 사전에 신고하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제3자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어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을 때만 처벌 가능한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법)보다 처벌 범위가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LH 사태에 앞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됐더라면 사적 이해관계 신고와 직무회피 규정으로 공직자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차단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한범 사단법인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은 “이해충돌방지법에선 적용 대상이 전체 공직자로 넓어지는 만큼 공직 사회의 부정부패를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의 LH를 막아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LH 사태 책임 절반, 이해충돌방지법 무시한 국회 몫”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한국투명성기구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지난 2월에 이어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LH 사태를 두고 “공직자의 이해충돌 상황을 방지할 통제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벌어진 예견된 참사”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이어 “공직자가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를 차단하고 업무 관련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공개하도록 해 외부 감시가 가능하게 했다면, LH 사태는 이렇게 곪아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회는 그동안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앞장서지 않았고, 오늘의 LH 사태의 책임 절반은 국회 몫”이라고 비판했다.

애초 이해충돌방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였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또 지난 2013년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당 법안을 제출한 이후 국회는 8년간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법안을 폐기했다. 그러나 LH 사태가 터지자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국회도 이해충돌방지법 논의에 뒤늦게 착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LH 사태 재발방지 법안’으로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부동산거래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꼽고, 최우선 처리를 약속했다. 이 외에 LH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일 이후 발의된 LH 사태 방지법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14건)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법(10건), 공직자윤리법(7건), 부패방지법(3건) 등 36건에 달한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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