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감독 "윤여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1971년 영화 데뷔작 '화녀'와 이듬해 '충녀'까지 천재 감독 김기영의 페르소나로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배우 윤여정(74)은 이후 결혼과 함께 오랜 공백기를 보냈다.
![영화 '하녀'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임상수 감독과 배우 윤여정 [EPA=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3/16/yonhap/20210316115808551zmor.jpg)
'에미'(1985) 등에 출연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다시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건 2003년이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투병 중인 남편을 두고 새로운 남자 친구를 만나 새 인생을 즐기는 시어머니 역으로, 그야말로 파격적이고 화려한 복귀를 이뤄냈다.
16일 전화로 만난 임 감독은 "여러 배우한테 거절당한 캐릭터인데 윤 선생님이 바로 '내가 할게' 하셨다"고 했다.
윤여정은 노출과 노골적인 대사 때문에 다른 배우들이 꺼렸던 캐릭터에 기꺼이 도전했고, 영화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등 국내외에서 성공을 거뒀다.
임 감독은 이날 윤여정의 한국 배우 최초의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지명 소식에도 "나보다 훨씬 젊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미나리' 촬영을 시작하기 전 대본도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런 조건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거절할 만한 상황이었어요. 한국에서처럼 편안하게 대우받으면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니까요. 그 나이에 자기 돈을 써가면서 함께 하셨고 이런 결과를 맞이하신 건, 그분이 몸보다 마음이 젊은 분이어서겠죠."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 이후 '그때 그 사람들'(2005) '오래된 정원'(2006), '하녀'(2010), '돈의 맛'(2012), '나의 절친 악당들'(2015), '헤븐:행복의 나라로'(2021)까지 크고 작은 역할들로 임 감독과 함께 했다.
![2010년 '하녀'로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임상수 감독과 배우 윤여정, 전도연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3/16/yonhap/20210316115808702mfnd.jpg)
임 감독은 "윤여정은 꽤 드라이하고 미니멀하게 연기를 하시는 편이고 나는 감독으로서 그런 연기를 좋아한다"며 "감독인 나는 그 배우의 연기를 좋아하고, 그 배우는 자기 연기를 좋아해 주는 감독을 좋아하니 서로 친해졌다"고 했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는 윤여정에게 맡길 만한 역할이 없었지만 "그냥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할 테니 집어넣어라"는 윤여정의 말에 한 장면을 촬영하면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윤여정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헤븐:행복의 나라로'에도 출연했는데 임 감독은 "아주 화려하고 독특한 캐릭터"라고만 귀띔하며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이 함께한 작품 중에는 '하녀'를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인 동명 영화를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영화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원작에 없던 나이 든 하녀를 연기한 윤여정은 국내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임 감독은 "윤여정은 조연이 아니라 전도연과 함께 주연으로 생각하고 만든 영화"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후 2012년에도 '돈의 맛'으로 다시 함께 칸을 찾았다.
리처드 바인의 소설 '소호의 죄' 연출을 맡아 할리우드 진출을 앞둔 임 감독은 "제가 윤 여사를 모시고 할리우드에 가겠다고 했는데 한발 늦었다"고 농담하면서 "(윤여정은) 어려울 때 꺼내 쓸 수 있는 옆 주머니에 따로 찬 지갑처럼 언제나 마음 든든하게 내 편이 되어주는 배우"라고 마음을 전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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