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1000원..'왕의 열매' 아로니아는 왜 자취를 감췄나
농식품부 "수요 감소 영향, FTA와는 무관"
아로니아는 한 때 왕의 열매라고 불렸다. 안토시아닌 등 유효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건강기능식품으로 여겨졌다. kg당 가격이 4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3년 500곳 남짓이던 농가 수는 2017년 10배 넘게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고소득 작목이라며 재배를 권유했다.
인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아로니아 시장은 빠르게 침체되기 시작했다. 가격이 1000원대로 떨어졌다.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속출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한 농민과 농림축산식품부의 해석은 달랐다. 농민들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돼 국내 농가들이 피해를 봤다”며 FTA 피해보전 직불금을 달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의 결과일 뿐”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팽팽한 양측의 대립은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소송전 벌이는 아로니아 농가
16일 아로니아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8일 아로니아 농민들이 농식품부를 상대로 제기한 FTA 피해보전 직불금 지급 관련 소송의 2심 결심 공판이 열린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농식품부가 FTA 피해보전 직불금 신청을 거절한 것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로 지난 2019년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보전 직불금은 FTA로 인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은 농산물을 대상으로 지원대상 품목을 고시해 사후 지원하는 제도다. FTA 체결 이후 당해연도 평균가격이 최근 5년간 평균가격에서 최고치와 최저치를 제외한 평균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지원한다. 시장가격과 해당 기준 가격 차액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한·EU FTA의 영향으로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이 대거 수입되면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한만큼 아로니아도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식품부 “소비 감소 영향”
농식품부는 아로니아가 피해보전 직불금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수입품은 분말 형태인 데 반해 국내에서 아로니아는 생과로 유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는 과일의 경우 생과와 가공품의 대체관계는 간접적이기 때문에 피해보전 직불금을 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입으로 인한 아로니아 가격 하락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1% 증가할 때 국산 아로니아 가격이 0.032% 하락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아로니아 시장이 침체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류는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공급이 과도하게 늘어난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이 2018년 52톤, 2019년 31톤, 지난해 21톤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아로니아 가격 폭락은 수입 증가보다는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가 잘못된 자료로 분석”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설명이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완조 아로니아대책위원장은 “아로니아 생과는 떫은 맛이 강해 생과로 유통되더라도 가루 형태로 소비된다”며 “분말 수입에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가격 하락이 유의하지 않았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사용한 가격과 수입량 자료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농경연이 사용한 가격 자료는 충북 단양 아로니아 생산자 조합의 수매가인데, 조합원에게 높은 가격을 보장해줘야하는 조합의 수매가를 대표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입량과 관련해서는 농경연이 사용한 관세무역개발원의 통계와 농림축산식품검역본부의 수입 통계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재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관세무역개발원의 2014~2017년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은 연평균 179톤인 반면 검역본부는 286톤이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농식품부의 손을 들어줬다. 아로니아 농민들은 곧바로 항소해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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