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부동산 적폐청산"..사과 대신 '돌파'

이주영 기자 2021. 3. 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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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심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은 임기 핵심 국정과제로”
과거 정부 비판 프레임 꺼내
LH 사태 잇단 대책 내놨지만
지지율 하락…‘반전’ 안 보여
코너 몰리자 연일 강경 발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부동산 적폐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 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여러 분야에서 적폐청산을 이뤄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부동산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들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LH 투기 의혹을 이번 정부를 넘어 오래전부터 이뤄져온 ‘적폐’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하며 ‘촛불정신’까지 소환한 것은 ‘사면초가’에 놓인 정치적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 재발방지책 마련 등 연일 LH 사태 관련 지시를 쏟아내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의까지 수용했지만 싸늘한 여론은 좀처럼 반전되지 못하고 있다. LH 사태로 여권 전체가 휘청이고,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2·4 부동산대책마저 흔들리는 등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위기가 고조되자 집권 초 내걸었던 ‘적폐청산’과 ‘촛불정신’ 구호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인적 일탈인지, 구조적 문제인지까지 가려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폐청산’은 현 정부에서 과거 정부를 비판하는 프레임으로 써온 용어란 점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LH 사태는 여권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과 공정의 문제를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력 큰 이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 합동조사단의 부실조사 논란, 특검·전수조사 제안 등 여당의 ‘물타기’식 대책 남발 등이 겹치면서 민심 이반은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고육지책으로 택한 변 장관의 ‘시한부 유임’ 결정과 ‘양산 사저 논란’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감정 섞인 대응도 야당의 공세를 더욱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YTN의 지난 8~12일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251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4%포인트 떨어진 37.7%로, 5주 만에 30%대로 하락했다. 또 ‘광명·시흥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응답도 57.9%에 달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무슨 일이 있어도 주택 공급을 간절히 바라는 무주택자들과 청년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2·4대책의 차질 없는 실행 의지를 거듭 피력했지만,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여권 관계자는 “상황 자체가 워낙 안 좋게 돌아가다 보니 여론을 돌리기에 역부족”이라며 “지금은 일단 경찰 수사나 제도개선책 마련 등에 집중하고 있지만, 투기 의혹의 실체가 어느 정도 규명되고 나면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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