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 이문구 [노석환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전으로 사람들은 함축된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빠른 속도로 주고받을 수 있는 짧은 언어들이 일반적인 요즘, 과거의 낭만을 떠올리듯 길고 수려한 수식어로 이뤄진 진중한 작품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이다.
“모닥불은 계속 지펴지는 데다 달빛은 또 그렇게 고와 동네는 밤새껏 매양 황혼녘이었고, 뒷산 등성이 솔수펑 속에서는 어른들 코골음 같은 부엉이 울음이 마루 밑에서 강아지 꿈꾸는 소리처럼 정겹게 들려오고 있었다.” <관촌수필>은 오래전인 1970년대 작품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회자되고 수능에도 자주 출제돼 수험생들의 필독서로도 유명하다.
“증말루? 그려. 니 말대로 그지한테 시집갈껴…. 밥허구 쫍박에다 담어줄 탱게. 안 먹었단 봐. 그냥 두나.” 무엇보다 이 작품은 지금은 느끼기 힘든 찰진 우리말과 사투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에는 사투리와 농촌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애환도 담겨 있다.
<관촌수필>은 일산서락, 화무십일, 행운유수, 녹수청산, 월곡후야 등 중·단편 8편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떠났던 고향에 돌아와 할아버지의 묘를 보며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전쟁으로 몰락한 집안과 친구의 이야기를 담담히 얘기한다. 작가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을 거치며 농촌에서 도시로 피난해 각박한 인생사를 겪었다.
“그 사람은 내가 일생을 살며 추모해도 다하지 못할 만큼, 나이를 얻어 살수록 못내 그가 그립기만 하다”는 주인공의 말처럼 SNS 시대에 짧아진 문장을 보니 이문구 작가의 찰지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이 그립다.
노석환 | 관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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