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눈물의 불꽃 투혼, 김보미의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김가을 2021. 3. 1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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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가 아니길."

은퇴를 앞둔 베테랑 김보미(35·용인 삼성생명)의 눈물.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생명과 1년 재계약한 김보미.

김보미는 파이널 매치에서 투혼을 발휘, 삼성생명의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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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WKBL

[용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마지막 경기가 아니길…."

은퇴를 앞둔 베테랑 김보미(35·용인 삼성생명)의 눈물. 역대급 챔피언결정전의 시작이자 마침표였다.

1986년생.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은 김보미는 프로에서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베테랑이다. 지난 2005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뒤 벌써 17년째 코트를 밟고 있다.

물론 그 시간 동안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김보미는 그 누구보다 많은 팀을 돌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금호생명(KDB생명), KEB하나은행, KB스타즈를 거쳐 2018년 삼성생명에 둥지를 틀었다. 많은 팀을 거쳤지만, 우승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그는 2007년 금호생명으로 이적한 뒤 10년 넘게 정상을 밟지 못했다. 특히 2018~2019시즌에는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이전 팀' KB스타즈의 우승을 바라봐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생명과 1년 재계약한 김보미. 올해를 끝으로 코트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김보미 역시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그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포스트시즌에서 불꽃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김보미는 앞서 "챔피언결정전까지 뛰고 싶다. 뛰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 아무래도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초인적인 힘이 나온 것 같다. 끝까지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하겠다"고 눈물로 다짐했다.

굳은 각오는 코트 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보미는 아산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PO) 세 경기를 시작으로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 4차전까지 총 7경기에서 평균 31분45초를 뛰며 11.6점-4.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정규리그(평균 21분17초-6.87점)와 비교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셈이다. 여기에 수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리더십'을 발휘해 코트 안팎을 책임졌다.

그리고 운명의 마지막 경기. 삼성생명은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KB스타즈와 챔피언결정(5전3승제) 파이널 매치에 나섰다. 내일은 없는 '엔드게임'. 이날 선발 출격한 김보미는 부지런히 코트 곳곳을 누볐다. 김보미는 체력이 떨어진 듯 순간순간 코트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이내 일어서 힘차게 달려나갔다. 하이라이트는 삼성생명이 57-48로 앞서던 4쿼터 중반이었다. 김보미는 3점슛 1개를 포함, 연속 7점을 올리며 사실상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결과는 삼성생명의 74대57 승리. 코트 위를 펄펄 날던 '철의 여인' 김보미는 끝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보미는 파이널 매치에서 투혼을 발휘, 삼성생명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날 김보미는 12점을 책임지며 팀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삼성생명은 한국여자농구(WKBL) 새 역사를 썼다. 삼성생명은 사상 첫 정규리그 4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기록했다. 여자농구 첫 정규리그 승률 5할 미만(14승 16패)의 챔피언으로도 남았다. 동시에 2006년 여름리그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삼성생명은 1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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