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서 쓸쓸히 숨진 보람이… ”가해자 얼굴 공개하라” 분노

구미/이승규 기자 2021. 3. 1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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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서 방치돼 숨진 구미 2세 여아, 생전 모습 공개… 시민들 공분 확산
보람이의 비극… ‘제2의 정인이 사건’ 분노 확산 - 지난달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 방치돼 미라 상태로 발견된 만 2세 보람양의 생전 모습이 12일 한 유튜브 채널 동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 속 보람이는 옷을 깔끔하게 갖춰 입은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지난달 백골이 드러날 만큼 심하게 부패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보람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김모(22)씨와 김씨의 어머니 석모(48)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빗대 ‘제2의 정인이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MBC 유튜브 화면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만 2세 여아 보람양의 생전 모습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보람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김모(22)씨와 김씨의 어머니 석모(48)씨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MBC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43초 분량 영상에는 밝게 웃고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내는 보람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보람이는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었고 영양 상태도 좋은 것으로 보였다. 사망 원인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부패가 심한 시신 상태로 발견된 보람이의 생전 천진난만한 모습에 네티즌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쏟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 시신은 백골이 드러날 만큼 부패 정도가 매우 심했다”며 “시신 일부에서는 미라화도 진행돼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석씨 등에 대한 분노의 댓글이 빗발치며 사건이 ‘제2의 정인이 사건’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예쁜 아가가 얼마나 외롭고 배고프고 무서웠을까?” “짐승만도 못한 부모 만나서 애기가 너무 안타깝네요” 등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담은 글이 잇따랐다. “천사라서 악마들 곁에 있을 수 없어 하늘로 갔다”고 쓴 댓글은 280여명의 추천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막장 드라마 작가도 이토록 잔혹한 이야기는 못 쓸 것” “가해자 얼굴부터 공개하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친정서 산후 조리할 때 아이 바꾼 듯”

사건 초기엔 6개월 전 보람이를 빌라에 혼자 버려두고 집을 떠난 김씨가 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DNA 검사 결과 김씨와 김씨 전남편은 모두 친모·친부가 아니었다. 외할머니라고 알고 있었던 석씨가 친모로 나타났다. 너무 충격적인 결과라 네 차례나 DNA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DNA 결과를 듣고도 김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여전히 보람이를 자신의 딸로 알고 있었고, 석씨는 “난 딸을 출산한 적이 없다. 내 딸이 낳은 딸이다”라며 계속 부인하고 있다.

지난달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 방치돼 미라 상태로 발견된 만 2세 보람이의 생전 모습. /MBC 유튜브 화면

그러나 DNA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다. 경찰은 김씨의 출산과 비슷한 시기인 2018년 3월쯤 석씨가 보람이를 낳은 뒤 김씨의 딸과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유력한 바꿔치기 시점은 김씨가 친정집에서 한 달간 산후 조리를 하던 시기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석씨가 딸 김씨보다 조금 이른 시기 보람이를 출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석씨와 딸 김씨의 관계는 특별히 나쁘지 않았다고 이웃들은 말했다. 본지 기자와 만난 빌라 건물 주인은 “김씨 집을 얻어준 사람이 석씨였다”면서 “아이 백일 때는 석씨가 빌라 주민들에게 떡까지 돌렸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석씨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이웃은 물론이고 함께 산 남편조차 몰랐다는 점은 의문이다. 석씨 남편은 경찰에 “아내의 임신과 출산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남편이 몰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씨가 살던 빌라의 한 이웃 주민도 “석씨가 임신해 배가 부른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석씨의 임신·출산과 관련한 병원 기록이 전혀 없는 점도 의문이다. 경찰은 석씨가 병원이 아닌 산파를 통해 출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미시와 공조해 산파와 위탁모를 찾고 있다. 구미시 관계자는 “석씨를 도왔거나 기억하는 산파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직접 낳은 혈육 애착으로 아이 바꾸었을 가능성

이 사건 해결의 열쇠는 석씨에게 달렸다. 경찰은 석씨의 입을 열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석씨가 자신이 낳은 보람이와 딸 김씨가 낳은 외손녀를 바꿔치기한 방식, 김씨가 낳은 딸의 행방과 생존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보람이 친부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DNA 검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DNA 검사로는 석씨의 남편도, 석씨와 내연 관계로 의심되는 주변 남자 2명도 모두 친부가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석씨와 조금이라도 관련성이 있는 여러 남성을 대상으로 협조를 구해 DNA 검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석씨가 자신이 낳은 보람이를 외손녀와 몰래 바꾸고, 외손녀를 세상에 드러나지 않도록 처리했다면 엽기적인 범죄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워낙 특이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가족 관계는 아닌 것 같다”며 “비슷한 시기에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는 아이가 갑자기 둘이 생긴 상황에서 선택권이 석씨한테 있었다면 자기의 직접 혈육인 친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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