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서 극단선택한 LH직원… 매입 땅 2.6㎞ 떨어진 곳선 IC공사
지난 13일 오전 10시 5분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삼방리의 한 농장 컨테이너에서 LH 파주 사업본부 직원 A(5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신 소유 땅에 있던 컨테이너였다. 동네 주민이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날 LH 전북 본부장을 지낸 고위 간부 B(56)씨가 경기도 성남시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후에 찾은 파주 농장은 철제문으로 굳게 잠겨 있었고, 컨테이너 앞에는 A씨 소유로 추정되는 검은색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밭에는 배추와 파가 심어져 있고, 퇴비와 분무기 등 최근까지 농사를 지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밭 옆 수돗가 물도 졸졸 틀어진 채였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이날 새벽 가족과 통화한 뒤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A씨 가족을 상대로 A씨의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동네 노인회장 C씨는 “4~5년 전쯤부터 보이던 사람인데, 주말이면 와서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A씨가 숨진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주민 D(66)씨는 “2년 전쯤 A씨와 소주 한 잔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니 말을 아끼면서 ‘흙이랑 가까이 사는 게 좋아서 왔다’고만 하더라”며 “2016년에 다른 사람과 250~300평 정도씩 쪼개서 샀는데, 평당 25만원쯤 주고 샀다고 했고 지금도 땅값은 그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가끔 아내하고 와서 농사도 짓고, 오며 가며 인사하던 사이”라며 “지나가다 상추도 따 주고 호박도 따 주고 주민들 농사일 도와주던 사람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A씨는 2016년 7월 해당 토지(1103㎡)를 E씨와 공동으로 지분을 반씩 쪼개 샀고, 9월에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공동 매입한 E씨의 아내는 이날 본지와 만나 “A씨와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었고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함께 땅을 사게 된 것”이라며 “(지분을 넘긴 건) 원래 땅을 샀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쪽으로 바꾸게 되면서 A씨가 우리 땅까지 산 것”이라고 했다.
해당 토지는 산으로 둘러싸인 맹지다. 한 주민은 “바로 앞에 전기 송전탑이 있어 땅 전문가라면 안 살 땅”이라고 했다. 해당 토지에서 직선으로 2.6㎞ 떨어진 위치에는 수도권 제2순환도로의 나들목(IC)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방리 마을개발위원장을 맡고있는 조모씨는 “IC 공사가 시작되면서 위장 전입자가 많이 늘었다”며 “마을 가구 수는 42가구인데 세대주는 55명일 정도로 갑자기 늘어난 외지인들 때문에 동네가 시끄럽다”고 했다. 이어 “외지인이 이런 마을에 갑자기 들어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수사 의뢰한 LH 직원 20명은 물론 경찰의 투기 관련 내사·수사 대상 100여 명에도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만 숨지기 이틀 전인 11일 A씨의 투기 의혹에 대한 첩보가 경찰에 접수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소유 땅은 3기 신도시 개발 예정 부지나 2기 운정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지구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라며 “첩보는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이었고, A씨와도 별도로 접촉하지는 않았던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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