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탓에 꿈 못이루는 동성부부

김지경 2021. 3. 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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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일후 ▶

일부 정치권과 교회가 손을 맞잡고 소수자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현실.

어제 오늘일은 아닙니다만, 볼 때마다 상당히 화가 나요?

◀ 성장경 ▶

그런데 김 기자, 우리 나라에 성소수자가 얼마나 있나요?

◀ 김지경 ▶

우리나라 성소수자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된 조사 자료가 아직 없습니다.

정책은 고사하고 기본 현황조차도 없는 거죠.

미국의 경우 지난달 미국 갤럽 조사에서 5.6%가 자신을 성소수자로 인식하는 걸로 조사됐는데요.

20명중에 한 명은 성소수자라는 얘깁니다.

◀ 성장경 ▶

우리도 분명히 적은 숫자는 아니겠네요...

◀ 김지경 ▶

하지만 몇 년 전, 인권위의 조사를 보면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걸 직장 동료들이 알고 있다는 답변, 15%가 안됐습니다.

◀ 허일후 ▶

분명 우리 주변에 있는 데 잘 안보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배타적이라는 거 아닐까요?

◀ 김지경 ▶

네 그럼,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만나봤습니다.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신랑만 둘인 남-남 커플.

[소성욱]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지금처럼 사랑하겠습니다."

[김용민] "웃긴 예능을 보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당신의 섬세한 마음을 지금처럼 사랑하겠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축사도 이어졌습니다.

[신랑 어머니] "축복된 결혼이 되어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한 걸음씩 걸어가는 아들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 집에 찾아갔습니다.

사는 게 여느 부부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김용민/소성욱]

"[얘한테 집안일이란 빨래, 설거지, 청소기 돌리기 이거밖에 없어요.]" "[집안일이 그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오늘 인터뷰하다가 부부싸움 나겠네요."

함께 한 지 8년이 다 됐지만, 동성 결혼은 불가능하다보니 법적으론 동거인일 뿐입니다.

[소성욱] "신청 자체는 배우자로 신청이 잘 됐고 이제 결과가 나왔을 때는 배우자 신청한 대로 됐나 했더니 동거인으로 되어있더라고요."

둘 중 한 사람이 죽더라도 배우자의 가족이 반대하면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유언장을 미리 써놓는다고 합니다.

[소성욱] "용민이도 유언장에 썼어요. 장례식에 대해서는 성욱이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 이런 식으로.. 근데 그것도 법적으로 엄청 힘이 강한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두 사람은 자신들을 부부로 인정해달라며 지난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시골집에 어머니를 찾아뵈면 어머니께서 용민이를 위해서 집에서 기르던 닭을 잡아서 삼계탕을 끓여주시기도 해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는 우리 부부가 가족이 아니라고 하는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이상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반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는 동성 부부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배우자 이케다 히로시 씨입니다.

대사관저 2층, 부부의 생활 공간엔 CD와 책이 가득했습니다.

[필립 터너/주한 뉴질랜드 대사] "우린 아직 CD를 모으는 옛날 감성이에요. 히로시가 전체적으로 CD 음질이 스트리밍 오디오보다 낫다고 해서요."

주한외교단 공식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부부.

청와대 행사에 두 사람은 부부로서 공식적인 환대를 받았습니다.

[필립 터너/주한 뉴질랜드 대사] "영광이었어요. 한국 대통령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동성 부부를 만나신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이케다 히로시] "세계 곳곳에서 이 사진을 본 것 같더라고요. 대만, 일본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 사진에 대해 알고 있었어요."

27년간 서로를 의지해 살아 온 동성 부부.

뉴질랜드에서 동성 부부의 삶은 어땠는지 물어봤습니다.

[필립 터너/이케다 히로시] "모두가 저희가 부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남편 필립은 어때?'라고 안부를 묻는 대화들이 그냥 자연스러웠죠."

필립 터너 대사는 자신이 20대였을 때만 해도 동성애가 불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86년? 동성애 개혁법으로 합법화가 됐고, 93년엔 포괄적 차별금지를 담은 인권법이 제정됐습니다.

2005년엔 동성 커플의 시민 결합이 인정됐고, 2013년엔, 동성 결혼도 가능해졌습니다.

터너 대사는 인권법 제정을 중요한 도약 시기로 꼽았습니다.

[필립 터너/주한 뉴질랜드 대사] "단지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여러 법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변화면서 성 소수자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규범이 생긴 것입니다."

터너 대사 부부는 얼마전 숨진 변희수 하사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필립 터너/뉴한 뉴질랜드 대사] "이 문건은 뉴질랜드 방위군에서 사용하는 설명서입니다. 성전환에 대한 내용이고요. 군에서 사람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인권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국방과 안보에도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표현하게 되면 더 나은 군인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더 훌륭한 군대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 덕분에 현재 뉴질랜드 국회의원의 11%가 성소수자입니다.

[필립 터너/뉴한 뉴질랜드 대사] "마지막으로 마오리족 속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OECD 회원국 37개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는 이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30개 국가가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고, 시민결합 형태까지 더하면 40여개 국가가 동성 커플의 법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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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118464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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