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국민 힘내라" 5·18민주광장서 열린 '딴봉띠' 집회
현지 상황 사진전·후원금 모금도..국제사회에 행동 촉구
[경향신문]
지난 13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 3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사람들의 손에는 양은냄비와 꽹과리 등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냄비와 꽹과리를 두드리며 “미얀마 군부를 몰아내자”고 외쳤다.
냄비 등을 두드리며 악귀를 쫓는 미얀마의 풍습인 ‘딴봉띠’ 집회가 광주에서 열렸다. 딴봉띠는 군부의 쿠데타 초기 미얀마 국민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2~3주 전부터 군부는 딴봉띠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 국민들을 대신해 딴봉띠 집회를 열며 민주화운동을 응원하고 있다.
미얀마 연대집회가 열린 5·18민주광장은 광주 시민들이 1980년 5월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에 저항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집회에는 광주에 거주하는 미얀마 청년 10여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일주일간 미얀마에서 목숨을 걸고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 시민들의 상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들은 “미얀마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등 군부의 야만적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바라만 보고 있다”며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전과 미얀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광주 예술가들의 설치미술전도 열렸다.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와 오월민주여성회, 광주전남6월항쟁기념사업회 등은 3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 연대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는 “현지에 있는 친구들이 ‘딴봉띠가 쿠데타 저항의 상징이 되면서 군부가 이를 못하게 막고 있다’고 전해왔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못하고 있는 딴봉띠를 광주에서 대신해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41년 전 5·18민주화운동과 상황이 판박이인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를 구성하고 후원금 모금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얀마 광주연대는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개인들도 참여해 활동할 수 있다.
미얀마 광주연대는 “광주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에 눈감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형제자매인 미얀마를 결코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시민들은 미얀마에서의 학살을 멈출 수 있게 연대해 달라는 미얀마 민중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자”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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