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연속 강경 메시지..문 대통령이 달라졌다

서영지 2021. 3. 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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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투기 불거진 뒤 표현수위 높여
변창흠도 사실상 첫 경질성 인사
부동산 문제로 민심 약화 '궁지'
"대통령이 직접 분노 표출·반박은
정쟁 한복판에 뛰어드는 것"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는 메시지의 어법과 표현 수위가 달라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새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뒤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난 3일부터 휴일을 제외하고 8일 연속 메시지를 낸 것도 예사롭지 않다. ‘발본색원’ ‘부동산 적폐청산’ 등 표현의 수위도 높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74일만에 경질했다. 평소 문책성 인사를 꺼리는 인사스타일과 차이가 확연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엘에이치, 관계 공공기관 등 신규택지 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등에 대해 3기 새도시 투기 여부 전수조사 지시를 내린 뒤 거의 매일 ‘엘에이치’를 언급하고 있다.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발본색원”(4일) “국가가 가진 행정력과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8일) “부동산 적폐 청산”(12일) 등 메시지의 표현 수위도 올라갔다. 변 장관의 사의 수용은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첫 ‘경질성 인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결단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인사에 신중한 스타일인 문 대통령조차도 부동산 문제는 대중의 ‘역린’을 건드리는 민감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경남 양산 사저의 형질 변경 절차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쓴 문 대통령의 글도 뒷말을 낳고 있다. 특히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란 표현을 두고 ‘문 대통령답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이전에 양산 사저 부지 매입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는 그냥 넘겼지만, 농지 매입 뒤 형질 전환을 한 것을 ‘엘에이치 수법’이라고 야당이 공격하고 나서자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글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나 청와대 참모진 대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대통령 자신의 문제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나, 야당이 문제를 제기하니 곧바로 나서 반박하는 모습은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좋지 않다. 청와대의 정무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좀스럽다’고 야당을 비판하는 건 정쟁의 한복판에 플레이어로 뛰어드는 것”이라며 “여권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 스타일이 변한 이유를 놓고 전문가들은 ‘초조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정권 내내 가장 큰 위협 요인이었던 부동산 문제가 결국 임기말까지 발목을 잡는 데 대한 당혹감도 깔려 있다. 안병진 교수는 “국민의 실질적인 삶과 연결된 엘에이치 문제는 정권의 가장 약한 고리”라며 “레임덕에 이르는 상황을 수습하려면 대중이 생각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의제를 내놓아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창렬 교수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긴다면 상황 관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지만 민심이 워낙 악화한 상황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가 지난 12~13일 서울 거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야권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가운데 누가 나오더라도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20%포인트 안팎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에이치 투기 의혹이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75.4%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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