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빅딜도 미리안 産銀직원들, 작년 200억 주식매매 괜찮나요
“작년 11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빅딜 발표가 나오기 한달 전 이미 내부에선 담당 부서도 아닌데 정보를 아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벼랑 끝에 있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하는 KDB산업은행은 민감한 기업 내부정보를 다룬다. 그러나 직원들의 주식 거래에 대한 규제는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한해동안 산업은행 직원의 주식거래 규모는 200억원을 넘어섰지만, 이는 전체 직원 중 절반에 대한 주식거래에 불과했다. 즉 나머지 직원들의 주식거래는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14일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산업은행 직원 463명이 사고 판 주식은 202억 9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4400만원 가량 매매를 한 셈이다. 최근 5년내 최대 규모이고, 2019년(104억54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한 산은 직원은 1년간 92회에 걸쳐 27억여원 가량의 주식을 사고팔았다.
문제는 이 거래규모는 산은 전체 직원 3300명 중 1700명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현재 산은에서 주식거래를 신고해야 하는 직원들은 기업 내부정보를 다루는 기업금융실, 기업구조조정실, 산업금융협력센터, 신용평가부, 해양산업금융실, 자금운용실 등 일부 부서다. 나머지 부서에 있는 1600명은 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자유롭게 주식매매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은행의 의사결정이 기업 주가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수 있지만 산업은행은 상황이 다르다”며 “산은과 관련된 기업들은 대부분 재무사정이 좋지 않은 곳들이기 때문에 산은의 자금지원이나 의사결정 자체가 주가에 곧바로 반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상반기 주가가 2000~3000원에서 맴돌던 두산중공업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 6000억원을 지원받은 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작년 11월말엔 장중 1만7700원까지 치솟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산은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에 따라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산은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작년 3월 아시아나 주가는 9705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대한항공과 합병 결정을 한 11월 중순엔 3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이 기업들 외에도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기업과 연관이 있었던 한진칼, 대한항공, HDC현산의 주가도 크게 흔들렸다.
최근 수 년간 조선·해운 불황이 이어지면서 산은의 자회사가 된 곳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현재 산은이 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 HMM(현대상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이다. 여기에 올해는 한진칼 지분 10.7%를 확보해 한진그룹 경영 참여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산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에 비해 내부통제는 약한 수준이다. 기업구조조정, 기업금융 등 기업 내부정보를 다루는 일부 부서만 유가증권 보유 및 주식 거래를 신고하면 된다. 본인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매매하거나 직전년도 본인 소득의 50% 이내로만 거래해야 한다. 또한 매매횟수는 한달에 10회 이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식거래 기준을 위반할때도 ‘합당한 소명’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되고, 3회 위반을 했을 때 인사부에 통보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내부규정을 위반한 산은 임직원은 46명인데, 모두 서면경고에 그쳤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에 영향력이 큰 민감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산은에서도 ‘제2의 LH사태’가 터지지 말란 법이 없다”며 “직원들의 주식거래 매매를 강력하게 감시하고 규제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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