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등석 언제 타보겠나"..A380 '하늘 호텔' 무착륙 비행도 완판

신미진 2021. 3.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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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한진관광 무착륙 국제비행
A380 일등석 50만원..탑승률 100%
기내식 음료 위탁수화물 NO 여권 필수
면세쇼핑 꽃..600달러 이하도 송곳 검사
13일 대한항공 A380 KE9021편이 제주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 기종이 13일 한반도 상공에 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이 기획한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이다. 인천을 출발해 강릉과 부산, 대한해협을 건너 제주 상공을 돌고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엄연한 국제선이다. 이달 2차(13일), 3차(27일) 항공편의 탑승률은 100%다. 특히 50만원대인 일등석을 비롯한 프레스티지석도 모두 완판돼 코로나 시대 '보복 소비'를 뒷받침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비행기 계류장에 대한항공 A380 기종이 승객 탑승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 신혼부터 60대 노부부까지 다양

전날 오후 1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3층 국제선 출발장에서 만난 탑승객들은 무착륙 비행을 앞두고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날 탑승객은 일등석 12명, 프레스티지석 47석, 이코노미석 164석 총 223명이다. A380 수용 좌석의 약 70% 수준이다. 연령층은 20대 커플부터 50대 모임 지인들, 머리가 희끗한 60대 노부부까지 다양했다.

이날 새벽부터 모임 친구들 6명과 부산에서 출발했다는 김 모(61)씨는 "모임에서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코로나로 작년 2월에는 비행기를 예약해놓고도 가지 못했다"며 "14명이 모두 오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고 추억을 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신혼여행 첫 일정으로 무착륙 비행을 택했다. 박 모(30)씨는 "신혼여행으로 해외를 못 가는대신 면세점도 이용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탑승객들은 양손 가득 면세품을 들고 비행기에 올랐다. 한진관광은 일등석·프레스티지석 탑승객에게 롯데면세점 멤버십 최고 등급인 '블랙' 업그레이드 혜택을 줬다.

13일 대한항공 A380 KE9021편에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승객들이 탑승해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13일 대한항공 A380 KE9021편이 인천을 출발해 강릉, 부산을 거쳐 대한 해협 상공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 "여기서부턴 해외" 곳곳서 셔터

좌석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3~4인석에 2명씩 배정됐다. 승무원들은 마스크와 장갑, 보호 안경을 끼고 승객들의 탑승을 도왔다. 오후 3시 굉음과 함께 비행기가 이륙하자 승객들은 연신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하늘 위 풍경을 즐겼다. 김기현 KE9021편 기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하늘을 날 때마다 느끼는 기분을 손님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며 비행 소감을 전했다.

이륙한 지 40분가량 지나자 항공기는 강릉 상공에 도착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동해바다에 승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다만 이날 구름이 많은 탓에 부산을 지나서부터는 바깥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쉬움을 내비치는 승객들이 많았다. 대한 해협을 지나 일본 후쿠오카 상공에 다다랐을때에는 승무원이 "여기는 해외 영공"이라며 안내하기도 했다.

비행의 꽃인 기내식은 방역지침에 따라 제공되지 않았다. 개인이 소지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금지됐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추첨 행사도 열렸다. 승무원이 상품이 한진관광 여행 상품권인 1등(1명) 좌석번호를 발표할 때에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비행기는 제주와 목포, 광주를 거쳐 이륙 후 2시간 30분만인 5시 30분께 인천에 착륙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탑승객들이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사진= 신미진 기자]
◆ 양손 가득 면세품…"추가 비행도 검토"

이날 항공편은 엄연한 국제선이다. 착륙지가 없더라도 외국 영공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탑승객들은 일반 해외 여행자와 동일하게 기본 600달러의 면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여권 소지도 필수다. 입국 시에는 탈세를 막기위해 승객 소지품 엑스레이(X-ray) 검사를 의무화했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여행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년간 착륙지 없이 외국 영공을 통과는 국제 관광비행을 허용한 바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에서 국제 관광비행을 운영 중이다. 올해 초 출시 초반 50%에도 못 미쳤던 탑승률은 현재 80~100%로 뛰었다.

이는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져나오는 '보복 소비'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등석에 탑승한 한 승객은 "1000만원대로 미주와 유럽 노선만 다니는 A380 일등석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타보겠냐"고 말했다. 실제 무착륙 관광비행으로 A380 기종을 띄우면 띄울수록 적자라는 게 여행업계 설명이다. 김정수 한진관광 대표는 "코로나 시대에도 여행사가 살아있다는 일종의 외침"이라며 "승객들의 반응이 좋아 향후 추가적인 관광비행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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