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틀 깬 기상천외 파격 디자인.."우리도 신명품"

오정은 기자 2021. 3. 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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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구(舊)명품 위협하는 신(新)명품(下)

[편집자주] "샤넬은 올드해, 아미(AMI) 하트티 좋아." 코로나19(COVID-19)에도 백화점 샤넬 매장에선 '오픈런' 광풍이 계속되고 있지만, 명품 소비 지형에 조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루이비통·샤넬이 상징하는 구명품보다 역사는 짧지만 '역사상 최대 소비세대'로 불리는 MZ세대(18세~34세)의 감성을 사로잡은 신명품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아미, 메종키츠네, 로에베, 스톤아일랜드, 르메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MZ세대가 꽂힌 신명품의 인기 비결과 주요 브랜드, 명품 시장의 미래를 분석해본다.

"우리도 신명품 끼워줘" 구찌와 루이비통의 파격 변신

1921년 탄생한 이탈리아 명품 구찌(GUCCI)는 2015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모조품이 넘쳐나는, 저가의, 고루한 명품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던 구찌는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을 거치며 '섹시한 구찌'로 부활했다.

3년 뒤 구찌는 2030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에 등극했다. 구찌의 고고한 이미지와 정형화된 로고는 모두 파괴됐으며 '기상천외한 것들'이 디자인에 도입됐다. 27%에 불과했던 2030 구매 비중은 60%까지 치솟았다. MZ세대(18세~34세)에게 어필하기 위한 구찌의 파격적인 변신은, 통했다.

루이비통, 디올, 생로랑도 구찌의 뒤를 따랐다. 유럽의 전통적인 명품, '럭셔리 하우스' 명품 브랜드들은 신명품이라고 불리는 신진 디자이너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신명품'으로 혜성처럼 패션업계에 나타난 오프화이트의 창립자 버질 아블로를 남성복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디올은 나이키와 협업하고 구찌는 노스페이스에 디즈니, 헬로키티, 도라에몽 등 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거침없는 제휴에 나섰다. 대기업이 혁신을 위해 스타트업과 손을 잡는 '오픈 이노베이션'처럼, 클래식 명품이 신명품과 전략적 협업에 나선 것이다.

낡은 이미지를 벗어나려는 럭셔리 브랜드의 변신에 앞장선 구찌는 브랜드 비전을 '컨템포러리 럭셔리(Contemporary luxury)'로 재정의했다. 명품(럭셔리)이면서 동시에 신명품(컨템포러리)이라는 것이다.

구찌는 혁명적 변신을 시도했지만 2020년 코로나19(COVID-19) 충격 또한 크게 받았다. 특히 유럽 지역 매출이 급감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100년 전통의 명품이라고 해도 패션업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2020년 이후 패션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것은 루이비통 남성의 버질 아블로 컬렉션이다. 버질 아블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실력으로 패션업계는 물론 독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봄/여름 컬렉션에서 'LV프렌즈'로 불리는 인형을 주렁주렁 부착한 의류와 가방으로 주목받았다. 버질 아블로는 2021년 봄·여름 컬렉션을 전통적인 패션쇼 대신 애니메이션 형태로 공개했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LV프렌즈 캐릭터들이 가상의 항해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비통 남성 가을·겨울 컬렉션은 봄 컬렉션의 파격을 넘어섰는데 옷인지 건축물을 형상화한 조형물인지 헷갈리는 패딩 제품을 선보였다. 버질 아블로는 자신의 전공인 건축에 대한 열정을 F/W 컬렉션에 반영하면서 기하학적인 3D 디자인의 파리 스카이라인 푸퍼 재킷, 뉴욕 시티 스카이라인 푸퍼 재킷을 선보였다.

오정은 기자

'크로아상백' 뭐길래…우르르 줄선 곳, 에르메스 아닌 '르메르'

#2021년 2월 문을 연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서울'에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매장이 없다. 대신 이름도 생소한 2층의 르메르(Lemaire) 매장에 가방을 사기 위한 긴 줄이 선다. 2021년 패션가에서 갓 구운 크로와상 빵을 연상시키는 '크로와상백'으로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명품은 에르메스가 아닌, 르메르다.

르메르는 프랑스 출신 크리스토퍼 르메르가 만든 브랜드다. 19살 때 이자벨 마랑을 만난 그는 마랑을 통해 패션업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기성복과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많던 르메르에겐 고고하고 럭셔리한 '오뜨 꾸뛰르(맞춤복)'는 적성이 아니었다. 그는 20대에 자신만의 브랜드, '르메르'를 론칭했다.

르메르는 심플한 미니멀리즘과 편안한 일상복을 지향한다. '샤넬'이 상징하는 번쩍번쩍한 금장에 무거운 퀼팅백의 대척점에 서 있다. 브랜드의 탄생부터가 '낡은 것'으로부터 탈출이다.

한국의 MZ세대를 넘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소비 세대'로 불리는 글로벌 MZ세대가 열광하는 신명품은 △누구와도 같지 않은 독창성 △심플하고 편안한 일상복 △합리적인 가격대의 명품이라는 3대 특정을 지녔다. 모조품(짝퉁)과 디자인 복제가 판치는 패션업계서 독창성(오리지날리티) 하나로 1030의 심장을 타격했다.

'하트 로고'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미는 디올 옴므, 지방시의 디자이너를 역임한 프랑스 출신 남성복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마티위시(Alexandre Mattiussi)가 2011년 설립했다. 브랜드 이름인 AMI는 프랑스어로 '친구'를 의미한다.

아미는 브랜드명 '아미'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르메르가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라면 아미는 파리지앵의 쿨함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아미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알렉상드르 마티위시는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좀더 큰 하트가 새겨진 옷이나 한국 한정판 니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두루 두루 인기가 많지만, 커다란 하트 로고 제품은 한국에서 특히 인기다.

1980년대 패션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마틴 마르지엘라는 '해체주의' 개념을 패션에 도입해 아방가르드한 '타비 슈즈'로 전 세계 패션업계에 충격을 줬다.

일본의 전통 버선에서 영감을 받은 타비 슈즈는 신발 앞 코가 진짜로 반으로 갈라져 있는 신발로, 양말도 갈라진 타비 양말로 맞춰 신어야 하는 파격적 디자인이다. 이 신발은 메종 마르지엘라를 대표하는 슈즈가 됐다.

앞 코가 갈라진 타비 슈즈의 실루엣은 게다를 신기 위해 고안된 15세기 일본의 버선 디자인에서 유래했다. 일본 브랜드 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나 야마모토 요지 등 일본 디자이너에게 영감받은 마틴 마르지엘라는 1988년 런웨이에 코가 갈라진 타비 부츠를 올렸다. 처음에 여성용 신발로 출시된 타비 부츠는 남성용부츠, 하이힐, 스니커즈로 다양하게 분화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독창적이다 못해 충격적인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슈즈는 파격 그 자체지만 MZ세대에게는 "신선하고 귀여운 것"으로 다가왔다.

여우 얼굴 로고로 유명한 메종 키츠네는 패션 디자이너 마사야 쿠로키와 음악 일을 하던 길다스 로액이 만나 패션과 음악을 접목시켜 2002년 창립했다. 키츠네는 일본어로 '여우'라는 뜻으로 메종 키츠네는 심플하면서도 다소 가볍고, 귀여우면서도 자유롭고 개성적인 신명품 브랜드로 패션피플들에 각인됐다.

그밖에 남성 고객을 중심으로 이탈리아 몽클레르에 인수된 '스톤 아일랜드'도 한국 남성 패피들에게 큰 인기다. 스톤 아일랜드는 이탈리아 볼로냐 태생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시모 오스티가 1982년 론칭한 브랜드다. 고도의 염색 기술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스트리트 캐주얼을 선보인 스톤 아일랜드는 "남자친구에게 사주면 3개월간 충성한다" 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오정은 기자

메종키츠네 티가 26만원→9만원…"중고라도 괜찮아" 리셀 열풍

MZ세대에서 '캐주얼 명품(신명품)'을 되파는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신명품 인기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매력이 낮은 MZ세대도 리셀 등 중고거래를 이용하면 '가성비'로 신명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명품 MZ세대에게 인기지만 가격대 부담도 커

신명품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미, 메종 마르지엘라, 메종 키츠네 등이다. 이들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며 해마다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 명품 온라인 쇼핑몰인 머스트잇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의 판매량은 각각 전년대비 1258%, 161%, 155%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 맨투맨으로 유명한 아미와 메종 키츠네는 브랜드 로고만 그려져있을 뿐인데도 가격이 20만~30만원에 달한다. 니트·셔츠류 같은 경우는 40만원을 호가해 소비력이 낮은 10대, 20대가 소비하기엔 부담되는 가격이다. 신명품을 원하는 MZ세대는 늘고 있지만 구매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따라서 최근엔 MZ세대 사이에서 일명 '리셀' 유행이 불고 있다. 기존엔 한정판 스니커즈 등을 추첨을 통해 구매한 뒤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리셀이라고 불렀지만 신명품 내에서도 리셀 열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 가격이 나가는 신명품을 제값에 구매해 되파는 식으로 실구매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시장 활발 … 절반 가격에 구매 가능

실제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이들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메종키츠네 공식 판매처인 SSF닷컴에서 26만원 정도에 판매되는 맨투맨을 8만~1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사이즈 미스 등으로 새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경우 15만원 내외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등급이 보장돼야 신명품 중고거래가 가능한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패션 커뮤니티 '어미새'에서 신명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신원이 보장돼야 한다. 까다로운 등급 조건을 모두 맞춘 뒤 자신의 등급을 업그레이드 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또 등록을 위해 실제 연락처를 입력해야 하고 구매내역을 증빙해야 한다. 만약 판매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영구 차단돼 판매가 불가하다. 이렇게 까다로운 정책이지만 어미새 플리마켓에는 현재 2만9000여개 신명품 관련 판매글과 3만여개 구매글이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가성비'와 '가심비' 찾는 MZ 세대들

이처럼 신명품 중고거래 시장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는 '가성비'와 '가심비'에 있다. 구매자로서는 품질상 크게 문제 없는 제품을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있다. 신명품을 사고는 싶지만 새제품 사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종종 새상품도 20~30% 저렴한 가격에 올라오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판매자로서도 신명품 중고거래는 매력적인 요소다. 신상품을 사더라도 MZ세대 특성상 쉽게 질리기 마련인데 장농에 넣어 보관하느니 제품을 되팔 수 있다면 사실상 구매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 이 경우 되판 금액으로 신명품을 또 다시 구매하는 방식으로 '가심비'를 즐길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에 대한 인식이 기존에는 구매 가격에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되판 금액을 뺀 가격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값싼 가격에 명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MZ세대에서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소비 행위는 명품 시장 성장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명품 브랜드들이 거침없이 가격 인상을 하는 것도 이런 트렌드를 역이용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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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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