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쿠바, 망명자까지 껴안는다..바이든 정부 '해빙' 기대감

최서윤 기자 2021. 3.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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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기업인 겨냥한 소규모 사업 다수 구성한 13.5조 규모 포트폴리오 마련
쿠바 아바나 거리의 2020년 12월 29일 모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쿠바 정부가 외국인은 물론 고국을 등지고 떠난 망명자까지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선다. 오바마 정부 시절 제재 완화로 맞았던 미국과의 관계 '해빙' 분위기가 바이든 정부 취임으로 재연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봉쇄와 제재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쿠바 경제가 활력을 찾을지 주목된다.

카티아 알론소 쿠바 통상대외투자부(MINCEX) 비즈니스국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올해 총 120억 달러(약 13조5888억 원) 규모의 503개 대외협력사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며 "사업 기회는 전 세계 기업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엔지니어링, 에너지 사업부터 1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프로젝트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년과 다른 점은 재외국민 투자 유치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알론소 국장은 "쌀, 오렌지, 아보카도 등 농업부터 어업, 경공업,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면서 "이번에 여는 소규모 프로젝트들은 해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쿠바인에게 맞춤형"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쿠바 기업인들의 일반적인 자금 여력을 감안해 소규모 사업을 많이 준비했다는 취지다.

쿠바는 다른 중미·카리브 지역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해외로 떠난 이민자들이 가족과 친지를 위해 송금하는 돈이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왔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쿠바에 재외국민이 투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한 일로 인식돼왔다.

재외국민의 쿠바 투자가 법으로 금지된 건 아니었지만, 개방국가로 이주한 재외국민 기업인의 투자는 쿠바의 사회주의 모델과 어우러지기 어렵다는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쿠바 재외국민 상당수가 미국에 살고 있고, 난민으로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이들이 많다 보니 미국의 제재도 재외국민의 쿠바 투자에 제약이 됐다.

살던 곳을 떠난 쿠바인들의 고국 투자는 쿠바에서도, 외국에서도 늘 민감한 주제였다. 그러나 알론소 국장은 "쿠바 재외국민의 고국 투자는 불가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사실 재외국민 투자는 우리나라에서 한번도 법적으로 금지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016년 3월 21일 (현지시간) 아바나의 혁명궁전에서 열린 정상회담 중 악수를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오랜기간 적대적 관계였던 양국이 ‘새 시대’를 열기위해 공동노력하기로 했다.©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쿠바 정부가 해외자본, 특히 해외에 사는 쿠바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과의 해빙기를 맞아 경제 개방 노력을 가속화한 바 있다. 현재 재외국민 투자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법률도 2014년 마련된 것이다. 2016년에는 사울 베렌탈이란 이름의 기업가가 쿠바 농지에 안성맞춤인 소형 트랙터 공장을 들여와 설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결국 중단됐다.

이후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고 쿠바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그 어떤 투자도 촉진되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인의 쿠바 국영 호텔 숙박 금지나 럼주·시가 수입 제한 등 금수조치를 강화하고, 퇴임을 열흘 앞둔 올해 1월 11일 쿠바를 기어이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린 바 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다시 제재가 완화되고 양국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게 이번 움직임의 중요한 배경이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은 1월 28일 전임 정부의 대 쿠바 정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인, 특히 쿠바계 미국인들은 쿠바에서 자유를 알리는 최고의 홍보대사"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사는 재외국민의 쿠바 투자를 미국 정부도 우호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쿠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상대적으로 잘 통제하고 있지만, 관광 감소로 경제 상황이 악화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사진은 2020년 6월 22일 쿠바 거리 모습. © AFP=뉴스1

쿠바는 현재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쿠바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1% 감소해 경제개방 초기이던 199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쿠바는 1990년대 구소련 붕괴 이후 경제를 개방한 바 있다.

다만 쿠바의 법·제도 가운데에는 아직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있다. 사업 계약을 할 때 국영 에이전시를 껴야 하는 '간접계약' 제도가 그 예다. 부동산을 사거나 지을 때도 어려움이 많다는 애로가 제기된다.

이에 쿠바 정부도 지난해부터 해외자본 투자사업 진행 절차를 일원화할 '싱글 윈도우'를 설치해 개설하는 등 행정절차에서 관료주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통상대외투자부는 홈페이지에 투자 요건과 절차를 설명한 가이드를 올려놓고, Δ안전하고 투명한 법적 틀 Δ잘 갖춰진 항만·도로·철도·통신 인프라 환경 Δ풍부한 자연자원 Δ지리적 장점 Δ교육·사회안전망·국민건강 지표가 양호한 점 등을 홍보하고 있다.

알론소 국장은 "심지어 중국 같은 나라도 해외에 거주하는 본토인들이 고향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쿠바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외국인투자법에서도 반드시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쿠바에는 40개국 출신 280개 외국 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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