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정 "나를 아끼는 법을 배웠다"

김형준 2021. 3.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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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LPGA 정규투어 입성 3년차를 맞는 임희정(21ㆍ한국토지신탁)은 매년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겼다.

루키 시즌인 재작년엔 우승을 3번이나 하고도 2번 우승한 동갑내기 조아연에 신인왕을 내줬고, 지난해엔 전 대회에서 컷 통과 했지만 우승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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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이 9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스푼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올해 KLPGA 정규투어 입성 3년차를 맞는 임희정(21ㆍ한국토지신탁)은 매년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겼다. 루키 시즌인 재작년엔 우승을 3번이나 하고도 2번 우승한 동갑내기 조아연에 신인왕을 내줬고, 지난해엔 전 대회에서 컷 통과 했지만 우승이 없었다. 스스로 내놓은 표현이 걸작이다. “국을 먹는데 국물만 맛있게 먹은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국내 여자 프로선수 가운데 최고로 인정받는다. 기록이 그의 단단함을 입증해 주기 때문이다. 2019년 대상포인트 5위, 평균타수 6위를 기록한 임희정은 지난해엔 대상포인트 5위, 평균타수 5위로 동기들 가운데 가장 꾸준한 성적을 냈다.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느껴지면 대회 기간 중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연습하는 지독함도 그가 높이 평가 받는 요인이다. 그래서 2021시즌 만큼은 “국그릇에 남겨둔 건더기까지 다 먹겠다”고 마음 먹었다.

KLPGA 투어 3년차에 접어든 임희정. 갤럭시아SM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후원 가치가 뛰면서 주변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토지신탁 모자를 쓰고, 엘르골프 옷을 입고, 마세라티를 탄다. 옷깃엔 보이스캐디와 리쥬란을 새겼다. 임희정은 “갑자기 많은 부분이 바뀌어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새 출발을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며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본 임희정은 “우승은 없었지만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접점이 많아지는 바람에 골프 인생을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파 LPGA 투어 언니들이 국내 대회에 대거 참가하게 돼 많은 모습을 배웠다”며 “특히 연말 US여자오픈 출전은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했다.

임희정이 9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스푼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임희정은 “US오픈 출전은 ‘언젠간 가야지’라고 막연히 생각만 했던 LPGA 무대를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라면서 “처음 LPGA 본토 대회 코스와 대회 분위기를 겪어보니, 앞으로 2~3년 동안 미국 무대 진출을 제대로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했다. 또 “막상 미국에 가보니 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 지도 느낄 수 있었다”며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다양한 무기를 갖춰야 한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천천히, 또박또박 내딛던 플레이스타일을 도전적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은 이유다.

무엇보다 지난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쉼의 중요성’을 깨달은 점이다. US오픈 출전 이후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이 휴식 없이 달려온 그의 영혼을 충전해줬다. 임희정은 “이전까지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살아온 것 같은데,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일주일에 한 번쯤 먹고 싶은 것도 충분히 먹고, 손톱 관리를 받는 등 나에게 선물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임희정이 9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스푼 스튜디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그렇다고 흥청망청 낭비는 없다. 상금 운영을 부모에 일임하는 또래 선수들과 달리 틈틈이 재테크에도 관심을 쏟는다. 팍팍한 투어 일정 때문에 본격적인 투자는 어렵지만, 착실히 상금을 쌓아 먼 훗날을 내다보고 싶다고 한다. 목표를 묻자 당당히 답했다. “저, 건물주가 되고 싶습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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