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오롯이..돈 안되는 아동·청소년극 지켜온 '학전'
'아침이슬' 김민기 대표 뚝심 덕분.."아이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
3월 13일 '진구는 게임 중' 개막
학전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아침이슬' 작곡가로 알려진 김민기(70) 대표가 1991년 3월 15일 개관했다. 세간에는 '라이브 콘서트의 성지'로 유명하다. 故김광석·안치환·동물원·윤도현 등 숱한 가수가 학전 무대에서 노래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전은 '아동·청소년극 최후의 보루'다. 1997년 청소년극 뮤지컬 '모스키토'를 시작으로 10편 이상의 아동·청소년극 레퍼토리를 기획·제작·공연해오고 있다.
학교폭력(무적의 삼총사)·부모 이혼(우리는 친구다)·게임 중독(진구는 게임 중)·장애아 차별(슈퍼맨처럼!). 학전의 어린이·청소년극이 다루는 소재다. 영웅·악당 등 판타지적 소재 대신 아이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학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아이들을 어른에 비해 미숙하고 서툰 존재가 아니라, 어른과 동일선상에서 존중받아야 할, 그 자체로 빛나고 의미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일상에 자리잡은 꿈과 소망, 고민 등을 이야기한다"며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하고, 한 뼘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올린다"고 했다.
학전의 어린이·청소년극은 아이 관객 뿐만 아니라 어른 관객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장을 남긴다. '슈퍼맨처럼!'을 관람한 한 관객은 "어른들도 장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객은 "함께 관람한 9살 딸이 일기장에 '슈퍼맨처럼!을 보고 와서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따뜻했다'고 적었다. 집에서 공연장까지 1시간 30분 걸리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을 만한 공연이었다"고 적었다.
돈 안 되는 아동·청소년극을 꿋꿋이 지켜 온 학전. 이는 김민기 대표의 뚝심이 있어 가능했다. 학전의 공연 레퍼토리 중 김 대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작품이 없다. 그는 주로 해외 원작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해 직접 연출하고 있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아이·부모 모두 공감하는 일상 이야기, 어느새 학전 아동·청소년극만의 색깔로 자리잡았다. 학전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기생충'의 정재일 음악감독의 조력도 큰 힘이 된다.
사실 '지하철 1호선'(4000회 이상 공연·70만 명 관객 동원)을 제외한 작품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도 공연을 멈출 생각은 없다. 김 대표에게 아동·청소년극은 소명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통해 입시 위주 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정서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아동·청소년극은 유치해서 못 본다'는 어른들의 편견도 깨주고 싶었죠. 힘들어도 누군가 한 쪽에서 버티고 있어야 할 것 같아 오늘도 막을 올립니다." 그가 과거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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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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