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혼전성경험 인식·부모직업 묻는 대학..학생들 "지금 80년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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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강원도 A대학 학생 황준혁(가명·20대)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올해 강원 A대학에 입학한 황준혁씨는 학교 측이 온라인에서 시행하는 신입생 실태조사 문항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이에 대해 A대 관계자는 "부모 직업 및 학자금 조달 관련 문항은 장학제도 마련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 대상 성 인지 감수성 교육 때 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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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강원도 A대학 학생 황준혁(가명·20대)씨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명환 인턴기자 = 올해 강원 A대학에 입학한 황준혁씨는 학교 측이 온라인에서 시행하는 신입생 실태조사 문항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부모님 직업과 혼전 성경험에 대한 인식을 묻는 등 민감한 문항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라고 판단한 황씨는 불참자 명단을 소속 단과대학에 통보한다는 공지에도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부모 직업·성경험 인식 질문…학생들 "황당"
A대학 상담센터가 신입생의 대학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실시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문항을 두고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문항은 ▲ 부모 생존 여부 ▲ 부모 직업 ▲ 학비 조달 주체 ▲ 성(性) 인식을 묻는 항목 등이다.
학부모 관련 문항은 부모의 생존·사망 외에 이혼·별거 여부까지 응답하게 돼 있다. 부모 직업 문항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전문직, 생산직, 단순노무직과 같이 구체적인 업종을 답해야 한다.
부모 양육 태도, 부모와 대화 정도, 부모와 관계를 묻는 항목도 포함됐다.
성경험 인식을 묻는 문항의 경우 결혼 전 성경험, 혼전 동거, 동성애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하도록 했다.
학생들은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황씨는 "민감한 내용의 질문을 보며 황당했다"며 "고등학생 때도 안 하던 사적인 내용의 설문조사를 대학에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대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에도 "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80년대에 사는 것 같다", "상처받는 사람 분명히 있을텐데 생각 없나" 등 항의성 글이 대거 게시됐다.
설문조사가 강제성을 띠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상담센터가 '신입생 전원이 설문조사를 필수 실시해야 하며, 미참여자 명단을 각 단과대학으로 보내 (설문조사를) 재실시할 예정'이라고 공지해 학생들 사이에서 조사 미참여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황씨는 "미실시자 명단을 통보하면서까지 설문조사에 참여하라는 건 학생 입장에서 반강제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인권침해 소지"…대학 측 "문제 질문 삭제·수정 용의 있어"
전문가들은 대학이 신입생들에게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는 것이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수도권 B대학 학생생활상담연구소는 2019년 연애경험, 첫 성관계 시기, 왕따 경험 등 민감한 질문이 포함된 설문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성적 조회가 불가능하게 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민감 개인정보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수집해야 한다"며 "설문조사 일부 문항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인권정책연구소 김형완 소장도 "몇몇 문항은 신입생 대학 생활을 돕겠다는 조사 목적과 무관한 질문"이라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대 관계자는 "부모 직업 및 학자금 조달 관련 문항은 장학제도 마련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 대상 성 인지 감수성 교육 때 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면 일부 질문을 보완하거나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성 논란에 대해서는 "조사 참여율을 높이려다 보니 (필수참여) 관련 문구가 들어갔지만 설문조사가 필수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A대 측은 최근 공지 게시글 내 신입생 필수 참여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hwanee102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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