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文 정권이 ‘이해 충돌’을 다룬 방식

김신영 경제부 차장 2021. 3.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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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私 이익 엉키는 이해 충돌
사회 질서·공정에 관한 문제
LH 투기에 대통령 분노하지만
그 측근들 반성한 적 있나
8일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소속 농민들이 LH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농지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 앞 국기게양대에 'LH농지투기공사'깃발을 달고 있다./김동환 기자

경력 24년째인 한 채권 트레이더를 만났다. 그는 주식 투자를 전혀 안 한다고 했다. 이유가 명확하다. “개인 돈이 들어가면 판단이 흐려져요. 우린 성인(聖人)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회사원 그 둘로 마음을 나누어 살 수가 없어요.” 그는 ‘이해 충돌’이란 말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개념의 진정한 취지를 잘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LH 직원들이 신도시 개발지의 땅을 미리 샀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해 충돌이 다시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해 충돌이란 ‘개인인 나’와 ‘직장인인 나’의 이해가 엉키는 것을 뜻한다. OECD 지침서는 “이해 충돌은 사회의 질서와 공정을 확립하기 위한 잣대다. 대부분 나라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부동산 개발을 집행하는 LH 직원과 지자체 공무원의 땅 투기는 교과서적 이해 충돌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그러나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놀라는 이는 드물다. 사회적 지위를 활용해 사익을 도모하고, 그 과정에 가족까지 끌어들이고, 사실로 드러나면 뭉개고…. 지난 몇 년 정권의 측근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보여온 패턴 아니던가.

LH 직원의 투기와 유사한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정권과 가까운 손혜원 전 의원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비슷한 일을 벌였다.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을 개발되기 전에 미리 샀다.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왔는데도 손 전 의원은 그 어느 행동 하나 잘못이라 시인한 적이 없다. “어이없다”고 쏘아댔을 뿐이다.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얼척없는 검찰’처럼 분노 섞인 글이 잔뜩 올라와 있다. 재개발 대상 흑석동 상가 주택을 사서 ‘흑석 선생’이란 별명까지 얻은 김의겸 전 대변인도 다르지 않다. “난 모르고 아내가 한 일”이라 우기더니 정계에서 멀쩡히 활동 중이다.

2019년 임명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부부도 종목만 달랐지 유형은 비슷하다. 판사 시절, 주식을 억 단위로 보유한 회사와 관련한 재판을 맡아 청문회에서 지적받았다. 사실이 공개되자 남편은 청문위원에게 오히려 “맞짱 토론을 하자”고 호통을 쳤다. 2017년 비슷한 행태가 드러났던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2년 후 이미선 재판관은 멀쩡히 임명됐다.

조국 전 법무장관 부부는 이해 충돌을 넘어 공사일체(公私一體) 수준의 삶을 살았다. 다 쓰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고도 뭐 하나 반성한 적이 없다. 오죽하면 판사가 정경심 교수의 1심 판결문에 ‘피고인이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조 전 장관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운명인가” 운운하더니 지난 11일엔 야당 부산시장 후보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충격’이라는 기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대통령 아들 문준용 ‘아티스트’는 지난해 서울시 영세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1400만원을 받아 갔다. 그는 비난이 일 때마다 “아빠 찬스 안 쓰고 산다”며 화를 낸다.

LH 직원의 땅 투기에 대통령은 발본색원을 지시했다. 얼굴까지 벌게졌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저지른 측근 인사는 누구 하나 반성한 적이 없다. 떳떳이 잘만 살고 있다. 손혜원은 계속 핏대를 올리고, 조국은 여전히 훈계를 해대고, 김의겸은 이제 곧 국회에 입성한다. LH 직원이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이상해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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