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자만 가면 양극화 심화..재정 부담, 병력 질 저하 우려
병력난 독일, 징병제 환원 검토
대만도 지원병 충원율 81% 불과
모병 자체 힘들어 장밋빛 환상
‘뜨거운 감자’ 모병제 - 찬반 지상 토론
저출산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모병제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 군 정예화, 병영문화 혁신 등 모병제 장점에 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은 무시한 채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모병제 전환에는 안보 상황, 인구 규모, 재정 능력, 국민적 정서, 군 복무 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모병제에 호의적이지 않다. 대상자 모두가 입대해도 병력 규모를 채울 수 없는데 지원만으로 군 병력을 충원하는 모병제 주장은 위험하다. 모병제 주장의 핵심은 합당한 처우를 통해 입대자를 모집하고 모집된 현역을 장기로 복무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입영대상 규모를 줄일 수 있어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인데, 현실에선 장밋빛 환상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 시대에 모병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병제에 관한 몇 가지 유의미한 지표는 또 있다. 현재 육군을 기준으로 하사계급의 충원율은 80%가 채 못 된다. 모병제와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월 급여 254만원을 받는 유급지원병(전문병) 충원율도 지난해 코로나 위기로 많이 높아진 것이 72%의 수준이다. 하사와 유급지원병의 지원율은 모병제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다. 저조한 지원율을 간과하고 모병제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사회적 양극화, 병역자원의 심각한 질적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계기로 모병제를 폐지하고 징병제로 다시 환원한 우크라이나(14년), 리투아니아(15년), 노르웨이(16년), 스웨덴(18년) 국가의 사례가 주는 교훈이 크다. 우리의 안보 상황,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복무 환경, 모병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징병제를 근간으로 한 병역제도 개선이 바람직하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국방·안보 문제 전문가로서 현 정부에서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원회 위원을 거쳐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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