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흑역사에 기록될 '옥튜플 보기'..안병훈 멀고먼 1승

이규원 기자 2021. 3. 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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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만 4번' 안병훈, 악몽의 17번 홀..역대 최다 타수 2위
2008년 우승자 가르시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날 선두
김시우·임성재·이경훈 나란히 이븐파 72타로 40위권 포진
안병훈이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7번 홀(파3)에서 무려 11타를 기록했다. 8타를 까먹는 '옥튜플 보기'다.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PGA 투어에서) 언젠가는 우승할 거라고 항상 믿고 있다. 운도 좀 따르고 다 맞아떨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3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좋은 경기를 했지만 약간의 운이 더 필요했고, 조금 더 잘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것들이 PGA 투어에서 우승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안병훈)

지난 1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첫날 7언더파 65타로 선두 브랜든 하기(미국)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출발한데 이어 3라운드에서 중간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선두와 4타 차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린 안병훈(30)은 PGA 우승 욕심을 드러냈다.

이 대회에서는 김시우(26)가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통산 3승을 차지했고 안병훈은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8위에 올랐다. 

지난 2016년 데뷔한 안병훈은 아직 PGA 투어 우승이 없다. 세계골프랭킹은 73위인 그에게는 PGA 1승이 간절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PGA역사에 남을 흑역사를 썼다.

안병훈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천500만 달러) 첫날 대회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7번 홀에서만 8타를 잃는 불운을 겪었다.

안병훈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17번 홀(파3)에서 무려 11타를 기록했다. 8타를 까먹는 '옥튜플 보기'다.

그린이 호수에 섬처럼 떠 있는 '아일랜드홀'인 17번 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대표하는 홀이다.

물 한 가운데 놓인 그린의 풍경이 보는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경기하는 선수 입장에선 티샷이 조금만 빗나가면 공이 물에 빠지고 경기 결과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어 부담스러운 곳이다.

이날 143야드로 세팅된 17번 홀에서 안병훈은 티샷이 물에 빠진 뒤 드롭 존에서도 세 차례나 더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린에 몇 차례 튄 뒤 빠진 공도 있었고, 안착하는 듯하다가 미끄러져 내려 물속으로 향한 공도 있었다.

결국 9타 만에 그린에 올린 안병훈은 2번의 퍼트로 힘겹게 17번 홀을 마무리했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안병훈의 11타는 역대 이 홀 최다 타수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05년 밥 트웨이의 12타에 한 타 차로 최다 타수 1위의 불명예를 피했다.

1번 홀에서 출발해 16번 홀까지 1오버파를 기록 중이던 안병훈은 17번 홀에서 무너진 뒤 다음 홀인 18번 홀(파4)에서도 티샷이 물에 빠진 여파 속에 두 타를 더 잃어 결국 11오버파 83타로 공동 150위에 머물렀다.

TPC 소그래스 17번홀의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안병훈은 골프채널이 트위터에 자신의 경기 영상과 함께 '17번 홀에서 11타를 칠 것 같은 친구를 태그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자 이를 공유하며 자신의 계정을 덧붙이는 유머로 속상함을 달랬다.

이후 그는 "누구에게나 인생에서 나쁜 날이 있다. 그걸 통해 배워야 한다. 그래도 17번 홀 티샷은 끔찍했다"는 트윗으로 하루를 정리했다.

재미교포 케빈 나(38)도 17번 홀에서 세 차례 물에 빠뜨리며 5타를 잃었다.

보기 4개를 더해 1라운드 9오버파 81타에 그친 케빈 나는 이후 허리 부상을 이유로 기권했다.

PGA 투어에 따르면 이날 17번 홀에선 35개의 공이 물에 빠져 역대 한 라운드 최다 '입수' 2위 기록을 남겼다. 2007년 1라운드의 50개가 1위에 올라 있다.

이날 일몰로 20여 명이 1라운드를 마무리하지 못해 다음 날 잔여 경기에서 추가될 여지도 있다.

17번 홀에서 '좌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 골프의 간판 임성재(23)는 이날 홀 1m가량에 붙이는 멋진 티샷으로 버디를 잡아냈고, 애덤 스콧(호주)도 홀인원이 되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의 예리한 티샷으로 한 타를 줄였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2008년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선두로 나섰다.

가르시아는 1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4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20여 명이 일몰로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채 다음 날로 넘어간 가운데 가르시아는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 브라이언 하먼(미국·5언더파 67타)과는 2타 차다.

2000년부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2008년 우승, 2007년과 2015년 준우승 여러 차례 호성적을 낸 가르시아는 이날 자신의 대회 1라운드 최고 성적을 작성, 지난해 10월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 이은 PGA 투어 통산 12승 도전에 나섰다.

가르시아와 하먼의 뒤엔 매슈 피츠패트릭(잉글랜드), 코리 코너스(캐나다), 셰인 로리(아일랜드)가 4언더파 68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지난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 이번 시즌 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2승을 거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초장타'로 골프계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디섐보는 이날 16번 홀(파5·515야드)에서 드라이버로 333야드를 날려 페어웨이에 안착시키고, 9번 아이언으로 179야드를 보내 그린에 올린 뒤 투 퍼트로 버디를 낚았다. 이를 포함해 그는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1오버파 73타, 공동 60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엔 김시우(26)와 임성재(23), 이경훈(30)은 나란히 이븐파 72타로 40위권에 포진, 가장 나은 성적을 남겼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시우는 지난해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으나 이후 대회 취소로 기세를 잇지 못한 바 있다.

페덱스컵 랭킹 19위를 달리는 임성재도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묶어 이븐파를 쳤다.

강성훈(34)은 4오버파 76타로 110위권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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