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속에 감춘 울퉁불퉁 외모, 어느날 터져버린 모자..놀랍게도 아무도 나를 피하지 않는다 [그림 책]
[경향신문]
파란모자
조우영 글·그림
바람의아이들 | 44쪽 | 1만3000원
파란모자는 언제나 큰 모자를 쓰고 다닌다. 다리만 살짝 보일 정도로 아주아주 큰 모자를. 파란모자가 이름을 말해도 사람들은 큰 모자 때문에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이름 대신 ‘파란모자’라고 부른다.
모자 속에 숨어서 길을 걷다 보니 곧잘 여기저기 부딪치고, 그 모습에 놀란 사람들은 파란모자를 피한다. 깊은 숲속 홀로 지내는 것을 선택한 파란모자. 큰 모자 아래로 보이는 작은 풍경에 만족하며 살려고 하지만, 시간은 아이를 내버려 두지 않는 법. 어느새 키와 몸집이 훌쩍 자라 커다랗던 모자가 몸에 꽉 끼어 버린다. 허둥지둥 모자 가게로 간 파란모자는 더 커다란 모자를 주문한다. 가게 주인은 더 큰 모자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신에게 어울릴 만한 모자”라며 아주 작은 모자를 보여준다. 파란모자는 난감해진다. 바로 그때, ‘투두둑’. 파란모자의 커다란 모자가 터지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파란모자 괜찮아?”
파란모자는 숨겨 왔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 기절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처음 본 그의 모습에 잠깐 놀랐을 뿐, 누구도 파란모자를 피하지 않는다. 모자 밖으로 나와 맞닥뜨린 세상은 걱정했던 것보다 아무렇지 않다. 파란모자는 용기를 낸다. 자신의 몸에 맞는 작은 모자를 쓰고, 비록 작은 목소리이지만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넨다. 물론 길을 가다 부딪치는 일도 더 이상 없다. 모자가 크든, 작든,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파란모자’라고 부른다. 지금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그림책을 포함해 모든 동화는 은유다. 파란모자는 너무나 내향적이라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기를 선택한 수많은 친구들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생각 속에 꽁꽁 숨어 산다. 파란모자를 세상으로 불러낸 ‘사건’은 우연이지만, 사람들 반응은 보편적이다.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과 달리 세상은 ‘친절하게 무심’하고, 그렇기에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내 모습을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꼭 ‘인사이더’일 필요도, 억지로 씩씩할 필요도 없다. 외향적인 사람이 있으면 내향적인 사람도 있다. 그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파란모자가 도망치듯 모자 속으로 숨은 건 울퉁불퉁한 자신의 외모 때문이었다. 이 책을 쓴 조우영 작가는 ‘싹이 난 감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외모든, 취향이든, 생각이든, 타인과 다르다는 건 못생긴 게 아니다. ‘넌 지금 그대로도 소중한 존재야. 그러니까, 일단 나와 봐.’ 세상과의 소통에 망설이는 이들에게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다.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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