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뽑고 가지 치며 왜 안정감을 느낄까 [책과 삶]
[경향신문]
정원의 쓸모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고정아 옮김
윌북 | 360쪽 | 1만6800원
사람은 숲에 들어서면 편안함을 느낀다. 꼭 숲이 아니라도 좋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화분의 식물만 바라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왜 그럴까. 30년간 정원을 가꿔온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이유를 설명한다. 1차 세계대전 때 포로수용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저자의 할아버지는 평생 그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저자는 할아버지가 원예 활동을 통해 고통을 이겨낸 이야기로 책머리를 연다. “할아버지가 지독한 트라우마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것은 원예와 땅을 일구는 일의 치유력 덕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은 실제 인간 뇌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생명이 시작될 때 두뇌에는 500억개 이상의 뉴런이 뒤엉킨 황무지가 펼쳐지고, 뇌의 신경망은 일생 동안 형성되고 재생된다.” 두뇌 세포 총량의 10분의 1을 차지하는 미세 교세포는 “신경망 속을 돌아다니면서 독소를 없애고 염증을 가라앉히고 중복되는 시냅스와 세포를 잘라내 공간을 확보”한다. 이처럼 미세 교세포가 뇌를 돌보는 과정을 ‘신경발생’이라고 하는데, “잡초를 뽑고 가지를 치는 등의 활동”이 이를 촉진한다. 저자는 “신경발생 과정 자체가, 우리가 정원이나 식물을 돌보는 행위와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인간이 왜 숲이나 정원에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설명한다. 교도소에서 식물을 가꾼 수감자들의 재범률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청소년들이 식물을 키우면서 폭력성을 줄이고 자신감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우울증, 트라우마, 공황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며 변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들이 풍부한 사례로 등장한다. 식물의 치유력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따뜻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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