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회장도 반한 500억 짜리 '색채 마법'

전지현 2021. 3. 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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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거장 '리히터' 韓상륙..에스파스 루이비통서울 전시
미술사적 가치 높은 최고 작가
다양한 4원색 조합으로 色실험
2007년작 '4900가지 색채' 전시
이건희 회장도 리히터 애호가
리움에 추상화 등 대작 소유
관람객들이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서울에 펼쳐진 리히터 작품 `4900가지 색채`를 감상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의 대부분이 전시장에 있다.

독일 현대미술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89)가 쇼펜하우어의 4원색인 빨강, 노랑, 파랑, 녹색을 조합해 만든 대규모 작품 '4900가지 색채'(2007년)가 한국에 왔다.

가로세로가 각각 9.7㎝인 정사각형 색깔판 4900개를 모은 색채의 향연을 서울 청담동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 펼쳤다. 집중하는 색채에 따라 형태가 달라 보이는 마법 같은 작품이다. 436.5㎝ 규모 대형 작품 두 개가 가운데를 차지하고 좌우에는 각각 242.5㎝, 145.5㎝ 작품이 날개를 폈다. 미술계에서는 이 작품 가격이 5000만달러(약 565억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9.7㎝ 정사각형 색깔판 25개로 이뤄진 컬러 패널 196개를 11가지 형태로 구성할 수 있는 카멜레온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 전시장에는 9번째 버전을 펼쳤다. 리히터는 다채로운 색상 스펙트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리히터의 면모를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프랑스 명품 재벌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주도한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컬렉션이다.

루이비통 도쿄, 베네치아, 뮌헨, 베이징, 서울, 오사카에 소개하는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세계적 소장품을 미술관에 가둬두지 않고 더 많은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한 아르노 회장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명품경영의 키(key)는 현대미술에 있다'는 지론을 갖고 리히터를 비롯해 마크 로스코, 알베르토 자코메티,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애니시 커푸어 등의 주요 작품을 소장해왔다. 특히 리히터 작품은 사슴을 그린 1963년작, 바다를 담은 1969년작, 화려한 색띠로 이뤄진 2011년 디지털 프린트 'Strip(줄무늬)' 등 시기별로 사들였을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개인 컬렉션과 별도로 2006년 설립한 루이비통재단도 리히터 대형 설치작품을 수집했다. 아르노 회장처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리히터 대형 색채 추상화를 자택에 걸었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리히터의 경매 최고가는 2015년 소더비 런던에서 4635만달러(약 524억원)에 팔린 1986년 대형 색채 추상화(300.5×250.5㎝)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 작품이다. 현재 한국화랑협회 등이 감정 중인 이건희 회장 컬렉션에도 리히터 대작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건립한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 목록에도 리히터의 1982년 정물화 '두 개의 촛불'(80×100㎝), 1987년 풍경화 '644 쉬농'(200×320㎝),1989년 강렬한 색채 추상화 '696백조'(300×250㎝), 2012년 디지털 프린트 '925-4 줄무늬'(300×350㎝) 등이 있다.

미술 애호가이자 세계적인 재벌이 리히터 작품을 앞다퉈 구입하는 이유는 미술사적 가치가 탁월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전통 장르 회화를 중요시하면서도 구상 예술과 추상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방대한 양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진을 바탕으로 한 초상화, 풍경화, 정물화, 제스처 회화, 모노크롬 추상화, 색채 견본집 연작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서울 전시작은 1966년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대규모로 확대 재현한 색채판 그림에서 비롯됐다. 2007년 쾰른 대성당 남쪽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디자인 작업을 의뢰받은 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색채를 배열한 게 이번 전시작으로 이어졌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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