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인생" 호킹은 뜨거운 사람이었다
호킹이 간병인 비브와 함께 잉글랜드 워릭셔주 남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식당을 찾은 적이 있었다. 호킹은 소변이 마려웠지만 그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식당 측에 장애인 화장실을 부탁했지만 주방장은 "죄송하지만 우리 식당에는 없습니다"라고 답하며 언짢은 표정을 짓고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호킹은 충격적인 행동을 저지른다.
플라스틱 용기에 소변을 본 다음 주방 뒤편 땅에 비워버린 것. 주방장이 놀라서 나와 소리를 지르자 호킹은 이렇게 답한다. "장애인 화장실." 1년 뒤 호킹이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 식당은 장애인 화장실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14일로 호킹이 세상을 떠난 지 3주년이 된다. 호킹과 두 권의 저서를 같이 쓰며 깊은 우정을 나눈 물리학자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책 '스티븐 호킹'이 국역 출간됐다.
책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호킹의 인간적이고 내밀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강인한 믿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병과 싸우는 호킹, 힘 있는 문장들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호킹, 책을 쓰면서 내용을 세세하게 검토하고 그림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하는 완벽주의자 호킹의 모습이 모두 책에 담겼다. 물론 호킹의 과학적 성취들을 전하는 것도 저자는 잊지 않는다. 호킹 복사, 무경계 가설 등 연구 성과들을 학위가 없는 일반인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준다.
호킹은 우주와 시간에 대해 다룬 자신의 저서 '시간의 역사'를 읽기 쉽게 다시 쓰고 싶어했다. 호킹도 이 책에 대해 "모두가 사긴 하지만 읽는 사람은 별로 없는 책"이라고 자조했다고 한다. 둘은 매년 2~4주일은 직접 만나고, 또 다른 때는 이메일로 계속 의견을 나누며 2005년 마침내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펴냈다. 만족했던 호킹은 양자 이론과 우주를 얘기하는 '위대한 설계'도 그와 공저하길 바랐고, 두 사람은 이후로도 계속 교류했다.
그러다 보니 믈로디노프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호킹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중에서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훌륭한 과학자인 줄로만 알았던 호킹의 따뜻한 모습에 대한 묘사가 눈길을 끈다.
호킹은 케임브리지대 일반상대성 학과장으로서 학생들과 박사후과정 연구비 지원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었다. 믈로디노프와 같이 있을 때도 한 교수가 찾아와 박사과정 학생에게 6000파운드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호킹은 3000파운드만 승인해줬다.
일견 비정해 보일 수 있으나 진실은 다르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호킹은 지원 요청을 항상 승인해줬다. 대신 사람들이 자신을 만만히 보지 않도록 요청한 금액의 절반으로 낮췄던 것이다.
그의 비서 주디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스티븐 박사님이 금액을 반으로 깎을 걸 알기 때문에 모두가 두 배 높여 불러요. 정말 이상한 게임이죠.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게임이요. 서로를 얕봐서 그러는 건 아니에요."
가족 관계에 대한 호킹의 관점도 꽤나 진보적이었다. 요즘 진보파 사이에서 쓰이는 말로 그는 '폴리아모리스트(비독점적 다자연애주의자)'였다.
호킹의 첫 아내는 간병인이었던 제인 와일드 호킹이었다. 그가 다른 남자와 외도하고 있음을 고백했을 때 호킹은 그 관계를 허락하고 가족으로 인정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호킹은 자신의 또 다른 간병인 일레인 메이슨도 아내로 받아들인다. 그때 일레인은 아직 데이비드 메이슨이라는 남자와 혼인 중인 상태였다. 이 기묘한 가족 관계는 한동안 지속됐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주의 새책 (3월 13일자)
- 육식 자본주의는 끝났다…`ESG 경영`에 올라타라
- 팬데믹으로 드러난 초연결사회의 그늘
- 상위 1% 부자들의 공통점, 욕망에 솔직하다
- 아마존엔 왜 .ppt 파일이 없을까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정치권 ‘동상이몽’ [신율의 정치 읽기]
- 은퇴 암시했던 보아, 팬들과 소통 재개… ‘데뷔 24주년 점핑이들과 함께’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