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책사' 문정인의 한반도 재편 틀은?
'문재인정부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새 책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에서 "외교는 내치의 연장"이라 지적한다. 세계는 신냉전을 치르고 있고 문 이사장이 바라본 한반도 외교의 미래엔 네 가지 서늘한 그림이 있다.
첫째는 한미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는 쪽이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경제적 손실을 비롯한 중국의 보복을 감내하기 어렵다. 둘째,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을 선택하는 중국편승론이다. 이건 미국이 우리를 포기하고자 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우리가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국민에게 각인된 반중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실적·구조적 한계다. 셋째는 홀로서기다. 이른바 한반도 중립화론의 역사는 19세기 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반도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넷째는 현상 유지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을 타며 살아가는 전략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한반도에선 줄타기 외교가 통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전략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줄을 세게 잡아당기면서 줄이 끊어질 지경이다.
문 이사장은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전략 틀을 제안한다. 미·중의 좁은 틈바구니를 벗어나, 주변 중견국과 협력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보자는 이른바 '초월적 전략'이다. 한국이 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호주 등과 함께하는 중견국 외교협의체(MIKTA)를 가동시킨 게 대표적이다.
문 이사장은 2000·2007·2018년의 모든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유일한 학자다. 노무현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용적 균형외교를 펼쳐야 한다던 입장은 문재인정부 들어서 좀 더 중국 쪽으로 기울어진 듯했다.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비판도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세 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그가 정치를 모를 리 없다. 결국 한반도 주변의 질서는 내치의 성공에 달렸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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