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LH 사태 '성역 없는 규명' 기대 난망

기자 2021. 3. 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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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가사회를 뒤흔들 만한 사태로 확산될 조짐이다.

11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LH 직원 20명을 투기 의혹 대상자로 수사 의뢰했다면서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LH 직원들,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 및 투기꾼들이 체계적으로 부동산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 또는 유출하는 유착 관계를 맺어온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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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가사회를 뒤흔들 만한 사태로 확산될 조짐이다. 11일 정부 합동조사단은 LH 직원 20명을 투기 의혹 대상자로 수사 의뢰했다면서 이는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이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LH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시금석이다. 부동산만큼은 확실하게 잡겠다면서 25번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고 그중 2·4 조치만은 틀림없다고 했지만, 이번 사태로 얼룩져 버렸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다주택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과 더불어 국토교통부 장관의 안일한 제 식구 감싸기 식 대응 그리고 LH 일부 직원의 무책임하고 조롱 섞인 언행 등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 LH 사태는 예고돼 있었다. 2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답변 기준 동의를 못 받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시중에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LH 직원을 친인척으로 둔 사람이 제일 부럽다는 말을 자조적으로 하곤 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700∼800명의 투기꾼이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사재기’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들에겐 특별한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권력과 부가 결탁해 교묘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일종의 토지 마피아(토피아)가 조직화해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하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좌절시켰다.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는 사회는 건실한 노동을 초라하게 만들고 기업은 생산보다 투기로 이익을 산출한다. 사회는 공정과 정의를 상실하고 부정과 타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가 국가 사회·경제를 좀 먹는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인데도 정부·여권은 LH 사태를 발본색원하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서둘러 투기 의혹을 LH 직원에 국한하고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은 관련 없는 것으로 발표함으로써 의혹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LH 직원들,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 및 투기꾼들이 체계적으로 부동산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 또는 유출하는 유착 관계를 맺어온 사건이다.

토피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는 수사기관의 능력과 의지가 필수다. 그런데 부동산 관련 수사 경험이 없고 갓 출발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이 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가 그 과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합수본이 금융위원회·국세청 등도 참여하는 770명 규모라지만, 과연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사를 할 수 있을까? 검찰이 배제된 첫 중대 사건 수사가 검찰개혁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결국, LH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파적 정치 투쟁에 몰두하느라 국가관리에 소홀한 틈에 곪아 터졌다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다른 더 큰 문제를 부동산 투기로 덮으려는 음모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 음모론의 진위를 현재로썬 알 길 없으나, 부동산 투기 문제 자체만으로도 정권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의 대재앙이다. LH 사태의 전말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는다면, 당장 한 달 안으로 다가온 보궐선거와 1년 후에 있을 대선에서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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