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라고요? 에너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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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만큼 가치가 수직 하락한 것도 드물다.
이제 똥은 그저 순식간에 치워져야 할 혐오스러운 것, 무엇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 받는다.
물 섞인 똥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현 시스템은) 깨끗한 물에 똥오줌을 집어 넣어 더러운 물로 바꾸고, 이렇게 오염된 물을 더 많은 물로 씻어 내린 뒤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고, 그것을 다시 깨끗한 물로 정화하려고 안달복달하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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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을 에너지로 바꾸는 '비비 시스템'.."기술은 있다, 설득이 과제"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 비비시스템, 화장실에서 시작되는 생태 혁명
조재원·장성익 지음/개마고원·1만4000원
똥만큼 가치가 수직 하락한 것도 드물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똥을 삭혀 농사 짓는 땅에 뿌려 거름으로 썼다. 남의 집에서 똥을 누는 건 우리 집 귀한 ‘자원’을 남의 집에 거저 주는 일이나 다름없었기에 야단맞을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똥은 그야말로 똥값이 됐다. 이제 똥은 그저 순식간에 치워져야 할 혐오스러운 것, 무엇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 받는다.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는 그런 사회에 내미는 일종의 제안서다. 제안하는 대상은 ‘비비(Beevi) 변기·시스템’.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조재원과 <녹색평론> 전 편집주간이자 환경과생명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장성익은 똥을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안한 변기와 시스템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지은이들이 ‘똥 업사이클링(버려지는 물건을 가치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행위)’에 꽂힌 이유는 현재 하수처리 시스템이 지독하게 반(反) 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평생 대략 6톤에 이르는 똥을 싸고, 이 똥은 발생하자마자 수돗물과 섞여 하수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똥은 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똥에는 유기물이 듬뿍 담겨져 있는데, 이 유기물은 흙에서는 분해되어 비옥한 토양을 만들지만 물에서는 분해되지 않는다. 물 섞인 똥은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현 시스템은) 깨끗한 물에 똥오줌을 집어 넣어 더러운 물로 바꾸고, 이렇게 오염된 물을 더 많은 물로 씻어 내린 뒤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고, 그것을 다시 깨끗한 물로 정화하려고 안달복달하는 시스템이다.”
지은이는 똥을 물과 떼어놓는 작업부터 새로 출발한다. ‘비비(Beevi) 변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벌(Bee)이 꿀을 만들듯, 똥을 자원으로 활용하자는 구상(Vision)을 담아 이렇게 이름 붙였다. 외양은 일반 수세식 변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변기 내부에 일종의 칸막이가 있다. 똥과 오줌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변기 경사면을 따라 미끄러진 똥은 진공흡입 방식으로 휙 빨려서(비행기 화장실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대변탱크(똥저장조)에 모인 다음 미생물 소화조로 옮겨진다. 여기에서 수만마리 미생물이 똥을 분해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 3대 화석연료 중 하나인 메탄가스는 불에 잘 타기에 열에너지로 쉽게 변환되고, 이는 난방이나 자동차 연료, 연료 전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지은이는 아파트 단지나 일정 규모 마을 안에 미생물 소화조를 설치하면 여기서 나온 메탄가스로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이산화탄소는 클로렐라나 바이오디젤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고, 오줌은 액비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이대로만 된다면 정말 우리의 대소변이 버릴 것 없는 자원이 되는 셈이다.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현실에서 다 사용되고 있는 기술을 새롭게 ‘꿰기’만 하면 된다는 게 지은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 현재로서는 비데 설치가 어렵고, 남성도 앉아서 대소변을 봐야 하며, 초기 투입 비용도 상당하다. 가구마다 비비변기로 교체하고 아파트 단지 혹은 마을 단위로 미생물 정화조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들지만, 그 편익(친환경)을 산출하기는 까다롭다. 아무리 지구에 득이 되는 일이라도 지갑이 비어 있으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똥을 의제화하고, 대중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은 것이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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