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코딩에 약하다? 꼼꼼해서 더 잘해요"

“최초의 프로그래머가 여성이었던 거 아세요?”
“여성이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약하다고요? 오히려 여성의 꼼꼼함이 강점이 될 수 있는 분야인데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개발자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AI 설루션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박은정(36) 최고과학책임자(CSO), 보안 스타트업 ‘오내피플’에서 개인정보 보호 설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김보영(27) 선임, 코딩 교육 서비스 스타트업 ‘엘리스’에서 교육 콘텐츠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안조현(24)씨다. 여성 개발자를 보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서 개발자로서 성공 이력을 쌓아가고 있는 세 사람은 “잘못된 성(性) 고정관념이 여성 개발자 부족의 주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발자 27만명 중 여성은 5만4000명(20%)에 불과하다. 세 사람은 “주변에서 여성 개발자를 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보영 선임은 “지금이 5번째 회사인데 같이 일한 여성 개발자는 한 손에 꼽는다”고 했다. 미국 유타대에서 게임 디자인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안조현씨는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와 에러를 밥 먹듯 겪어야 성장하는 직업이 바로 개발자지만 그동안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며,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여대를 나온 김 선임은 4년 전 첫 직장 면접 자리에서 “결혼 생각 있느냐” “남자친구는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상태에서 그런 질문을 받으니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박 CSO는 “채용자 입장에서 여성의 결혼·출산은 전혀 고민하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대 공학박사 출신인 그는 네이버에서 번역기 ‘파파고’의 테크 리더를 지냈다. 지난해 10월 동료와 함께 업스테이지를 창업해 홍콩 지사장도 맡고 있다.
개발은 정말 여성이 불리한 분야인 것일까. 박 CSO는 “개발 직군이 체력적으로 고된 분야도 아니고 남성성이 필요한 분야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개발자야말로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이미 많은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재택·자율근무를 실시하고 있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 대신 데드라인에 맞춰 일을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여성·성소수자 등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개발 인력 육성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AI 챗봇(대화 서비스 로봇) ‘이루다’의 여성 혐오 논란으로 여성 개발 인력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조현씨는 “미국에서는 기업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여성 테크 인력 육성에 적극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최근 개발자를 꿈꾸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안조현씨가 일하고 있는 엘리스에서 올해 AI 서비스 개발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 48명 중 23명이 여성이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비슷한 교육과정 수강생 42명 중 여성은 8명뿐이었다. 안씨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퍼즐 맞추는 것처럼 코딩을 시작해보면 개발을 배우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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