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는 '피해호소인' 3인방 모신 박영선 만나고 싶을까 [데스크픽]

김수미 2021. 3. 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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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 3명은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이다.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후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자고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붙은 호칭이다. 그런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선거캠프에서 다시 또 이들이 공동 선대본부장과 대변인 등 중책을 맡아 ‘적반하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박 후보를 향해 “양심이 있으면 ‘피해호소인 3인방’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을 캠프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쫓아내라'는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을 듣고 몹시 우울했다”고 반발했다. 어떡하다 ‘쫓아내라’가 가부장적 여성 비하 발언이 된 건지 모를 일이지만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달 중순 2차 가해 유발자로 비판받아온 3인방을 선거캠프 요직에 앉혀 놓고 이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피해 여성께 다시 한 번 진심 어린 사과를 제가 대표로 대신 드린다”고 말했다. 

피해호소인 논란은 단순히 사건 초기 호칭을 둘러싼 혼선이 아닌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조직적 비호의 문제였다. 피해 호소인이라는 표현은 지금까지도 피해자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낙인이자, 신종 2차 가해 용어다.

특히 남 의원은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서울시 젠더 특보에게 알려 박 전 시장 귀에 들어가게 한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검찰 발표로 이런 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유출 사실을 부인하고,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버텼다.

결국 피해자는 지난 1월 18일 입장문을 내고 “남 의원은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제 명예를 훼손했고, 더욱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남 의원은 이 호소도 뭉갰다.

일주일 후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후에야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조차 변명으로 일관했고, 의원직을 부여잡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두 달이 채 안 돼 박 전 시장의 불명예스러운 유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의 선대본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남 의원은 지난 2018년 박 시장 선거캠프에서도 실무 총 책임자인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을 방문해 아동·청소년의 행복한 삶과 촘촘한 교육 지원을 위한 '11대 교육의제' 브리핑을 청취하고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제공
이처럼 박 전 시장 사건의 2차 가해 중심에 있는 인물을 서울시장 선거캠프에서 ‘쫓아내라’는 것이 가부장적인 여성 비하일까. 피해호소인 3인방이 여성이어서, ‘쫓아내라’는 단어가 여성을 박해하는 남성의 전유물쯤 된다고 생각해서, 그 날이 하필 세계 여성의 날이어서 그렇게 들린 걸까.  그 말에 “우울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는 박 후보의 호소는 민망하고 낯뜨겁기까지 하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이런 ‘성별을 무기 삼아 실속 챙기기’가 바로 여성을 창피하게 만들고 그들을 팔아먹는 것”이라며 “이게 무슨 내로남불식 여성 우려먹기인가. 진짜 코미디”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논란과 비판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박 후보의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것이고, 알고도 중용했다면 피해자를 모욕하고 국민을 얕잡아 본 것이다. 불가피했다면 더불어민주당에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우울해서 눈물이 날 일이다. 

박영선 후보는 “피해자가 우리의 사과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며 “그때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사과는 충분했다’라는 인식에선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과연 피해자는 이런 사과를 받아들이고 박영선 후보를 만나 얘기하고 싶을까.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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