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들, 한국오면 전북은행부터 간다는데..
지난 7일, 일요일이었지만 경기도 수원시 전북은행 ‘수원외국인금융센터’는 필리핀 출신 외국인 근로자 10여명으로 붐볐다. 이들은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부칠 용도로 1000만원 정도 대출을 신청했다. 지난 주말 이틀간 80건의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전북은행은 4년 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시작했다. 신용도가 낮다 보니 대형 은행들은 외면했지만, 취업 비자를 받고 2년간 체류하는 동안엔 소득이 보장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렇게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전북은행은 코로나 사태에도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 중 유일하게 지난해 순이익이 13% 넘게 증가했다. 지주회사인 JB금융그룹은 2013년 설립 후 사상 최대 실적(순익 3635억원)을 거뒀다.
◇”지방은행이 살아남는 법은 다르다”
전북은행 직원들은 동남아를 돌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살이와 관련한 정보를 알려주고 대출 상품도 홍보하는 전략을 썼다. 현재는 동남아 10국에 인력망을 갖추고 영업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전북은행이 국내에서 처음이다. 지금도 캐피털 업체를 제외하면 유일하다. 지난 3년간 외국인 노동자들의 연체율은 5% 안팎으로 전북은행의 내국인 이용객 연체율(0.63%)에 비하면 높지만, 4%대인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원 외국인 금융센터에선 태국·캄보디아·필리핀 등 12국 현지인 직원이 상담을 해준다. 이외에도 서울 동대문 등 3곳에 외국인 전용 영업점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근무로 평일 방문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주말에도 문을 연다. 작년에만 1만명이 대출받았다. 3년째 수원센터에서 근무 중인 베트남 출신 드엉민호앙 계장은 “본국에서 30~40%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13~15%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 인기”라며 “최대 대출 한도는 2000만원으로 보통 월평균 급여의 4배 정도인 1000만원 정도를 대출받아 고국으로 보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1금융권 타이틀 버린다. 우린 1.5금융권”
전북은행은 은행이 포함되는 1금융권 타이틀을 과감하게 버리고, 1.5금융권을 자처했다. 카드·보험·증권사 등 2금융권과 은행 사이의 중금리 시장을 파고들었다. 전북은행은 이를 ‘전략대출’로 명명했다. 지난 2월 기준 전북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57.5%로 전년 동기(47.4%) 대비 10.1% 증가했다. 시중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 1~3등급 고신용자 대출 수요가 늘면서 중금리 대출을 줄인 것과 상반된다.
◇핀테크 기업과 협력 강화
영업 전략만 앞서가는 것이 아니다. 전북은행의 스마트폰 앱 등 IT 시스템은 지난 2016년 등장한 카카오뱅크가 핵심 부분이 닮은꼴인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도 적극적인 IT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지역 기반이라는 한계를 IT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은행은 IT 서비스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인 ‘핀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제휴를 맺고 비대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더 많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작년 12월부터는 자동화 시스템을 전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점에까지 도입하기도 했다. 고객이 창구를 찾지 않아도 전화를 통해 금융거래확인서·예금잔액증명서 등 각종 서류들을 이메일·팩스로 받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고객과 은행 모두 연간 4만여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생겼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을 늘려 지방은행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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