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인과 반려동물의 닮은 꼴-우리 비록 발가락은 안 닮았지만

2021. 3.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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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일은, 함께하는 존재는 닮는다는 것이다. 연인도 부부도 친구도, 애초 남이었지만 그들이 함께 있을 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면 성격은 물론이고 외모도 비슷해져 가는 걸 느낀다. 더 신기한 일도 있다. 애초 종 자체가 다른 그들인데 나란히 있는 모습에서 놀라우리만치 높은 싱크로율을 발견한다. 심지어 표정도 같다. 반려동물과 그들의 반려인 말이다.

수리와 나가면 가끔 듣는 말이 “엄마랑 닮았네요”다. ‘에이, 개랑 사람이 어떻게 닮아요’ 속으로 생각하지만 집에 돌아와 수리를 안고 거울 앞에서 요모조모를 뜯어 본다. 수리가 머리와 얼굴 털이 까매서 ‘사람 같다’는 소리는 종종 듣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우리가 닮나 닮기를. 그런데 자꾸 들여다볼수록 ‘진짜 좀 그런가?’ 하는 마음이 된다. 설마, 기분 탓이겠지.

기분 탓이 아니다. 반려동물과 주인이 닮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실험들이 그렇게 말한다. 먼저 외모가 닮는다는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자. 일본 간사이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500명에게 개와 사람 사진을 따로 보여 주고 커플을 찾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얼굴이 모두 노출된 사진으로는 참가자의 80%가 올바른 짝을 연결했고, 개와 사람의 눈만 보이는 사진을 주었을 때에도 74%의 정확도로 커플을 찾아냈다. 영국에서도 36쌍의 커플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그들은 ‘사람이 개를 선택할 때 자신과 닮은 개를 선호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 스탠리 코런은 긴 머리의 여성은 코커스 패니얼이나 비글 같이 크고 긴 귀를 가진 개를 좋아하고, 짧은 머리의 여성은 시베리안 허스키처럼 귀가 뾰족한 개를 좋아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성격이 닮는 근거로는 반려동물이 반려인을 따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특히 개는 무리 동물이므로 생존을 위해 우두머리를 따라 하는 습성이 있다는 점과, 보호자를 기쁘게 하기 위해 그의 감정 상태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성격과 품종을 짝지은 연구도 있는데, 완벽주의자는 저먼 셰퍼드와 어울리고, 화려한 사람은 토이 푸들이나 요크셔테리어를, 활동적인 사람은 달마티안이나 잭 러셀 테리어와 잘 맞고, 상냥하고 사교적인 사람은 골든 리트리버와 궁합이 그만이란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만 반려인을 닮아 갈까? 물론 아니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고 그들의 생활 습관을 존중하고 그들의 표정을 따라 하며 반려동물을 닮아 간다. 이건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비슷한 문제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당연지사기도 하다. 한 공간에서 같은 생활 패턴을 유지하다 보면 응당 유사한 반응 방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주변 커플들을 떠올려본다. 과연! 같은 견종이지만 ‘몽이’는 그의 엄마와 비슷하게 느긋하고 다른 개에게 반응하지 않는 반면, ‘한나’는 활발한 엄마처럼 누구에게라도 가서 친해지려고 열심히 대시한다. 길냥이 출신이지만 박애주의자인 엄마와 사는 ‘로로’는 독립적이면서도 자유롭고, 가정 분양묘지만 신중하고 말수가 적은 엄마를 둔 ‘콩이’는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린다. 나와 수리는 어떨까. 나는 잠귀가 밝아 깊이 잠들지 못하는데 수리도 마찬가지다. 하여 애석하게도 수리가 잠든 틈에 몰래 뭔가 먹는 일은 불가능하다. 또 나는 도전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하는데 수리 역시 그렇다. 새로운 간식이나 산책 코스 앞에서는 아주 조심스러워진다. 내성적이든 외향적이든 어떤 쪽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커플은 함께 살기에 최적의 방식으로 서로를 맞춰 가는 거다.

어쨌든 DNA만이 유일하게 닮은꼴을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수리와 나는 비록 발가락이 닮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성격도 외모도 아주 비슷해져 간다. 부디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쌍방 과실’이 아닌 ‘시너지’가 되기를 바랄 뿐.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0호 (21.03.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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