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life 제770호 (21.03.16) BOOK

2021. 3. 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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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가 불평등을 만든다 『휴먼 네트워크』

매슈 잭슨 지음 / 박선진 옮김 / 바다출판사 펴냄
‘던바의 수’라는 게 있다.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가 150명을 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명명된 숫자다. 인지·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오늘날 인류가 거대한 도시에 살고 있지만, 몇 십만 년 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이 숫자를 든다. 인간의 뇌는 150명 이상의 정보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은 일견 해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역설적으로 점점 더 분열하고 있다. 저자는 25년간 연구한 자신의 연구에 기반해 인간 네트워크의 고유한 특징들이 어떻게 사소한 일상의 생각과 결정에서부터 거대한 사회 불평등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그는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능력주의의 문제, 사회적 비유동성, 정치적 양극화과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개념은 동종선호(homophily)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호한다. 일례로 미국 고등학생 중 같은 인종끼리 친구일 확률은 서로 다른 인종일 때보다 15배 높으며, 미국의 백인 중 4분의 3이 다른 인종의 친구가 한 명도 없다. 문제는 동종선호의 결과로 나타나는 네트워크의 극명한 분열이다.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사회이동을 제약한 결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 집단 간 분열이 심해지면 취직이나 승진 기회는 물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정보도 불평등해진다. 이런 비유동성이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다시 비유동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저자는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정보와 기회를 어려운 계층에게도 균등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동종선호에 의해 분열된 소위 ‘사회적 자본’을 계층 간 유동성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동종선호에 의해 생겨난 상이한 인적 네트워크가 교육과 취업 등에서 정보와 기회의 차이를 만들고 사회이동을 제약한 결과로 불평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극명한 사례가 있다. 1990년대 임대 주택 거주자 중 사람들을 모아 서로 다른 두 유형의 임대료 무료 바우처를 제공했다. 한쪽은 어디에서나 바우처 사용이 가능했고, 다른 한쪽은 주변 이웃이 빈곤하지 않은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제한 없는 바우처를 받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임대료를 줄이고자 그대로 남기로 결정했다. 이 지원이 대학, 소득 수준 등에 있어 후자 집단의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강력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조사한 결과, 그들의 대학진학률은 빈민가에 남은 아이들보다 16% 높았고, 생애소득은 30만 달러나 많았다. 단지 빈곤하지 않은 지역으로 이사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확신한다. 기술 혁신의 역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결국 이 문제도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연결성의 증가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는 대신 우리의 집단지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이끌 수 있다.”

▶암흑의 시대, 중세를 다시 읽는다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상의 모든 역사』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 왕수민 옮김 / 부키 펴냄
“중세라는 시기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현재 유럽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 이슬람과 서구의 길고 긴 반목의 역사,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한중일 삼국의 갈등과 대립,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바로 중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여성이 자녀들을 집에서 직접 가르치면서 쓴 세계사 책이 전 세계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2004년에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첫 권이 발간된 이후 매년 꾸준히 팔리면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들었다.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홈스쿨링 교육자이자 역사 저술가, 소설가인 수잔 와이즈 바우어.

그가 처음으로 청소년과 성인 독자를 위해 쓴 역사책이 나왔다. 시리즈 중 가장 먼저 출간되는 『세상의 모든 역사: 중세편 1, 2』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에서 시작해 제1차 십자군 전쟁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의 갈등부터 당나라의 등장까지, 무함마드의 출생부터 샤를마뉴 대제의 등극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무대로 무시무시하면서도 매혹적인 왕과 장군들과 그 밑에서 고통받는 민초들의 애환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0호 (21.03.1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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