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아주 특별한 냉장고

남상훈 2021. 3. 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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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음식물이 남아서 버리는 것을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배가 고파서 하루의 먹거리를 걱정한다.

"냉장고 앞에서 서성댈 뿐 좀처럼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무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럴 때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주며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환하게 웃어 보인다. 어느 중학생과는 '저도 이다음 크면 훌륭한 사람이 돼서 남을 도울 거예요.' '그래. 꼭 그렇게 될 거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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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음식물이 남아서 버리는 것을 고민하고, 어떤 사람은 배가 고파서 하루의 먹거리를 걱정한다. 세계 곳곳 특히 독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푸드셰어링(FOODSHARING)은 그냥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여유 음식물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며 서로 소통하고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환경보호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원시가 ‘나누는 만큼 커지는 이웃의 정, 우리 동네 공유냉장고’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음식 나눔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우리 사회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사랑 나눔은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할 수 없는 경제적 약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수원시 곳곳에 놓여 있는 공유냉장고는 누구나 음식물과 식재료를 갖다 넣을 수 있고 누구나 그 음식물을 가져갈 수 있다. 인생은 날씨와 같아서 늘 햇빛 화사한 날만 있을 수 없다. 때로 폭풍 같은 절망으로 휘청거려 넘어질 때, 모두 놓아버리고 빈손이 되어 있을 때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거기 누구 없어요? 제 손 좀 잡아주세요.’ 이렇듯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내미는 도움의 손길은 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삶을 그늘에서 양지로 옮겨 놓을 수도 있다.

도움의 손길이 반드시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따뜻한 시선, 다정한 포옹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공유냉장고에 채워지는 반찬통은 단순히 멸치볶음 콩자반이 아니라 ‘힘들지요 ? 토닥토닥’ ‘다 잘될 거예요. 파이팅’ 위로와 격려, 그리고 ‘내일처럼 반드시 올 거예요. 희망!’ 그것들도 함께 담고 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고 힘이 나는 건 우리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냉장고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이런 말을 들려준다. “냉장고 앞에서 서성댈 뿐 좀처럼 냉장고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무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럴 때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주며 ‘얼마든지 가져가세요.’ 환하게 웃어 보인다. 어느 중학생과는 ‘저도 이다음 크면 훌륭한 사람이 돼서 남을 도울 거예요.’ ‘그래. 꼭 그렇게 될 거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큰 기쁨이다.”

힘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하는 따뜻한 관심이다. 공유냉장고가 더 많은 곳에 생겼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음식물을 가져가도 바로바로 가득 채워진다는 신기한 냉장고에 문득 나도 음식물을 몇 가지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울려 사는 삶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는 ‘서풍의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는 표현으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 봄이 지금 와 있다.

조연경 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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