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安 단일화 협상, 여론조사가 최대 고비..기호·합당은 '원샷 딜' 관측

박준호 2021. 3. 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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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오늘 1차 실무협상..쟁점 다루지 않고 탐색전
여론조사, 경쟁력과 적합도 놓고 신경전 치열할 듯
기호2번, 입당 논란은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 될 수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2021.03.0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후보 한자리를 놓고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단일화 협상은 시작부터 첩첩산중이지만, 협상의 가장 큰 고비는 여론조사 문항이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야권 후보 적합도'와 '본선 경쟁력'을 놓고 양측이 복잡한 정치 셈법 속에 설문 문항을 둘러싼 이견만 원만히 조율한다면 합당이나 기호 문제 등은 의외로 협상장에서 우선순위에 두지 않거나 원칙적 입장을 표명하는 선에서 양측이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3자대결이 양측 모두 '필패(必敗)'라는 점을 인식하는 만큼 부수적인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협상이 생각보다 잘 풀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국민의당은 9일 1차 협상에선 주요 쟁점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기보다는 단일화 정신에 입각해 관련 절차를 후보등록일 이전에 마무리하자는 의지를 확인, 사실상 탐색전을 겸한 상견례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양측 협상단의 '밀고 당기기'는 11일로 예정된 2차 협상에서 서로의 숨겨진 패를 드러내면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쟁점이 없는 부분부터 가급적 합의를 해 나가고 단일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협상해나갈 생각"이라고 방향을 제시했고, 국민의당측 협상단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다양한 의견 교환들이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결정이 된 것은 11일 다시 모여서 그동안 여러가지 거론됐던 사항들에 대해 각자 의견들을 본격적으로 교환하자는 정도다. 두 후보께서 일요일에 합의하신 정신을 존중해서 저희가 단일화 실무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과 제3지대 경선을 치른 국민의당 모두 100% 시민 여론조사로 최종 후보를 선출했던 만큼 단일화 경선에서도 여론조사 실시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건은 여론조사 문항의 '한 끗 차이'가 사실상 단일화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양측 기싸움도 팽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 등 양당 실무협상단이 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실무협상과 관련해 상견례를 하고 있다. 2021.03.09. photo@newsis.com

국민의힘은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더 적합한지를 묻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당은 여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묻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론조사 참여대상을 놓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단일화 경선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시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완전 개방형 시민참여 경선'을 거론하는 반면, 국민의당은 기존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조직적으로 당원을 선거인단에 대거 유입시킬 공산이 큰 만큼 국민의당은 이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시점도 관건이다. 안 후보 측은 서둘러 여론조사를 진행하자는 입장인 반면, 추격전을 펼쳐야 하는 오 후보 측은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최대한 조사 시점을 늦추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2002년 대선 때 등장했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이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 측은 '단일화 후보로 누구를 지지는가'를 내세운 반면,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측은 '누가 이회창 후보를 이길 후보로 보는가'를 고수했다. 결국 양측은 절충 끝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누구를 지지하는가'로 타협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단일화 협상에선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가장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적합도냐 경쟁력이냐, 이건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순 있어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 후보와 안 후보는 '기호2번이냐 4번이냐'를 놓고 신경전을 펼친 적도 있지만, 이러한 '숫자 싸움'의 이면에는 표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최종 선출될 경우 입당 혹은 합당을 통해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라고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무리한 요구라는 점을 인식하는 기류도 적지 않다. 야권 단일화는 정파나 정당을 뛰어넘어 정권교체라는 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교두보로 서울시장을 합치자는 것인데, 단일화 경선에서 이기고도 기호 4번을 포기하라는 건 논리적으로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두 당이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일뿐 당 통합을 하자는 게 아닌 만큼 안 후보가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기호2번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보궐선거에서 제1야당 간판을 포기하고 군소정당 후보에게 양보할 경우, 당원들의 비난이나 책임론을 의식해 일종의 '정치적 플레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오 후보로선 당내 경선이 끝난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 후보가 기호 2번을 달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냄으로써 당원들의 표 결집력을 높이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안 후보와 오 후보가 공감대가 형성된 '서울시 연립정부 구상'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 서울시 공동운영에 관한 양자간 합의안도 단일화 협상의 관전포인트지만, 무게감은 크지 않다는 게 야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더라도 잔여 임기가 1년에 불과한 데다, 실질적으로 정무부시장과 같은 자리 외에는 인사폭이 제한적이어서 연립지방정부로 할 만한 게 별로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연립지방정부론을 추진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선 서울시 공동 운영에 대한 양측의 공감대가 무르익을 경우 단일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없진 않다. 여권도 이를 의식한 듯 서울시 연립정부론에 대해 '나눠먹기'라고 날선 비판을 한 바 있다.

두 당의 합당 혹은 통합 문제 역시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다지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단일화가 되면 합당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두 후보가 단일화만 이뤄내면, 상대측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두 후보 모두 야권 '잠룡'인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정계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보궐선거가 끝나면 야권에서 통합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야권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 대신 제3지대 신당 추진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적잖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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